[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재부임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일까.
6일 한국 축구계는 두 가지 뉴스로 달아올랐다. 한국시간 자정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것이 도화선이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해외파가 총출동했지만 단 한 골도 터지지 않았고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승점 15점을 기록했지만 결코 안심할 순 없었다. 시리아와 이란이 2-2로 비기며 가까스로 A조 2위를 차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결과까지 좋지 않았더라면 더욱 뜨겁게 터질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급작스레 터진 히딩크 감독 복귀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팬들을 자극할 수 있는 뉴스가 나왔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부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히딩크는 울리 슈틸리케 전임 감독이 경질된 직후부터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였다. 본선에 진출할 경우, 한국을 이끌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쉬운 경기력, 그리고 과거 히딩크 감독에 대한 진한 추억이 겹쳐 이 뉴스는 곧바로 돌풍처럼 치고 올라왔다.
히딩크 감독의 실적만 놓고 보면 그를 원하는 목소리가 큰 것도 이해가 된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00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리에 올라 2년간 한국을 끊임없이 채찍질해 2002 FIFA 한일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썼다.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은 이 대회에서만 3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비단 한국에서만 명장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되돌려 1998년으로 넘어가보자.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한국에 5골을 터뜨린 네덜란드의 '콧수염 난 감독'도 히딩크였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호주를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올려놨고 2년 뒤엔 러시아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대회에서 4강에 올려놨다. 기적과도 같은 행보였다.
소방수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난파 직전이었던 첼시를 맡아 컵 대회 우승이란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PSV 아인트호번(네덜란드) 등 다양한 클럽에서 남긴 이러한 성적 그리고 한국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라는 점이 팬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회는 신태용 감독 힘실어주기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의 부임은 쉽지 않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미 지난 7월 4일 신태용 감독을 긴급히 사령탑으로 앉히면서 "본선에 진출할 경우,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신태용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KFA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협조를 통해 이번 국가대표팀 소집일을 일주일 앞당겨 8월 21일로 만들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엔 조기 소집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축구가 그만큼 절체절명에 놓여있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기도 했고, 신태용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다는 뜻도 담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의 활동일이 이제야 갓 두 달이 됐다는 점도 KFA로선 부담이다. 갑작스럽게 구원 등판한 신태용 감독은 이날로 부임한지 딱 두 달 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지난달 21일 선수단을 소집했고 6일부로 공식적인 일정이 끝났으니 약 15일을 선수들과 함께 한 셈이다. 물리적으로 봤을때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 슈틸리케의 경질 이후 분위기를 바꾼다는 측면에서 그가 등판했지만 실질적으로 세부적으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이라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월드컵 전제로 한 복귀론, 과연 타당할까
여기서 히딩크 감독의 전제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히딩크 감독의 의사는 지난 6월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히딩크 측 관계자는 이 발언에 대해 "실제 히딩크 감독의 의중"이라 확인했다. 분명 그는 한국 사령탑 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월드컵에 진출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히딩크 감독의 복잡한 셈법이 엿보인다. 결국상상하기 어렵지만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이 발언이 세상에 나올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신 감독은 본인에게 주어진 미션을 확실히 수행했다. 이란과 홈 경기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에서 내용은 확실히 좋지 못했다. 그러나 목적의식만은 확실한 두 경기였다. 월드컵 진출이라는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했고 그 목적을 달성했다.
단순히 이 두 경기의 내용으로만 신태용 감독의 경질을 논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다. 지금 신 감독을 경질하게 되면 단순히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유망한 감독을 소비한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
추억 그리고 실적 등을 이유로 들며 히딩크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도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감독직을 맡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긴 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많이 남긴 신 감독을 향한 비판도 응당 이유를 가진다.
그러나 신 감독은 아름답진 않았지만 어쨌건 KFA가 내건 월드컵 진출이라는 1차적 과제는 달성했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까지 9개월이란 시간이 남았고 이 시간동안 신태용호가 어떻게 나아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본선행이 확정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나온 히딩크 복귀설을 축구계가 호의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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