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그땐 정말 마음이 아팠죠"
3일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투어 다섯 번째 이벤트를 맞이한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그는 잠실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다 잠시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2001년 한국시리즈 당시, 여기서 두산에 졌다. 그리고 14년 뒤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아픈 기억을 스스로 끄집어냈다.
이승엽이 말했던 2001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 시리즈는 일종의 '이변'이었다.
정규리그 3위인 두산과 1위인 삼성의 대결이었기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삼성이 앞선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배영수, 임창용에 발비노 갈베스와 같은 선수들까지 포진했고 마무리로 전업한 김진웅도 불펜의 믿을맨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이러한 세간의 시각을 뒤집고 한국시리즈서 4승2패로 삼성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엽으로선 아픈 기억이다.
14년 뒤인 2015년. 다시 한 번 두산과 삼성이 맞붙었다. 당시만 해도 앳됐던 이승엽은 완전히 팀의 베테랑이 되어있었다. 시즌 평균 3할3푼2리 26홈런 90타점을 기록했는데 이 타율은 그의 선수 경력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이었다. 그만큼 몸상태가 좋았다.
이번에도 팀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차전을 따냈지만 내리 4번 연달아 패배하면서 결국 두산에게 우승반지를 내줬다. 이승엽도 "그땐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멘트였다. 실패에서 배운다는 것이었다.
이승엽은 "역시 실패를 해봐야 성공한 사람을 보면서 독기가 생긴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것도 분명 마음 속에서 생긴다. 사람이 독이 없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하고 당시의 실패가 자신에게 '독기'를 생기게 만들었다고 했다.
2001년엔 정상에 실패했던 삼성은 거짓말처럼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을 탈환했다.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남아있는 그 경기에서 이승엽은 대포를 쏘아올렸다.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6-9로 뒤진 9회말 이승엽이 3점 홈런을 때려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마해영이 백투백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10-9의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기록했다. 이 백투백 결승 끝내기 홈런도 KBO리그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1-7로 졌다. 이 패배로 삼성은 47승4무75패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근 5년 동안 리그 수위를 늘 다퉜던 삼성에게 있어 이 순위는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일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실패를 논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기에 이승엽의 한마디가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크다. 삼성 젊은 선수들에게 '독기'가 필요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내년엔 팀의 리더였던 이승엽이 없다. 이승엽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직후 스스로 우승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젊은 선수들의 이번 시즌의 성적을 어찌 받아들일지가 다음 시즌 삼성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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