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심리전의 달인.' 카를로스 케이로스(64)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은 겉과 속이 180도 다른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상대에 대한 칭찬 속에는 항상 날카로움이 녹아있다. 불만을 터뜨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거침없이 말 폭탄을 쏟아낸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6일 이란 대표팀과 입국한 케이로스 감독은 27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구장의 훈련장 상태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란 실사단에게 보고를 받았고 최종 선택도 자신이 했음에도 잔디 상태가 나쁘다며 한국을 향해 심리전을 걸었다.
하루 뒤 28일 파주 공설운동장의 잔디 상태를 확인한 케이로스 감독은 감탄을 연발했다. "이제야 한국에 온 것 같다"며 극찬했다.
그렇지만 케이로스는 역시 능구렁이였다. 한국 언론을 상대로는 충분한 립서비스와 자기 할 말을 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는 패인 잔디 사진을 올리며 이란 팬들의 결속을 유도하고 있다.
당장 이란 팬들은 대한축구협회 SNS로 몰려와 각종 욕설을 올려놓고 있다. 외부의 적을 크게 만들어 내부의 단결력을 다지는 전형적인 케이로스의 심리전이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케이로스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또 사임을 고민했다. 이란 정부의 과도한 축구 개입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러나 이란축구협회의 설득에 마지못해 다시 지휘봉을 잡았고 명예와 실리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란 정부가 대표팀 선수 선발에 간섭했을 때 케이로스 감독은 지략을 보였다. 이란 정부는 적성국인 이스라엘 클럽 마카비 텔아비브와 경기에 출전했던 마수드 쇼자에이와 하지사피(이상 파니오니오스)를 국가대표에서 제명하겠다고 선언하자 케이로스 감독은 쇼자에이를 발탁하지 않고 하지사피를 선발하는 절묘한 수를 던졌다.
해외파가 28~30일 한국에 도착해 훈련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다. 이란도 조기 소집을 통해 국내파 중심으로 훈련을 해왔다. 조직력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케이로스는 이란과 6년째 함께하고 있다.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과 특징 등을 모두 꿰고 있다. 게다가 6승 2무(승점 20점) 8득점 무실점으로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케이로스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다. 지난해 9월 2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에서도 종료 직전 레자 구차네자드(헤렌벤)의 골이 터진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상대 벤치와 시비가 붙었다.
당연히 케이로스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후 추가시간들어 이란은 분위기를 완벽하게 가져왔다. 알리 레자 자한바크시(AZ알크마르)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2-0으로 승리했다. 결과만 가져온다면 상대에 어떤 짓을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점은 신태용 감독은 케이로스를 향해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전력을 꽁꽁 숨기며 보안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답답한 사람은 케이로스라는 것을 신 감독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로스도 여유는 넘친다. 월드컵 본선 과정의 준비라며 한국전 성격을 격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케이로스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하던지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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