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는 지난 2일 개봉 후 거침없는 흥행세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날조'됐다는 공격, 문재인 대통령의 관람 등 여러 이슈를 낳았다. '택시운전사'를 제작한 박은경 더 램프 대표는 이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영화 신념 등을 밝혔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쇼박스에서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제작 더 램프(주))의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를 만났다. 박은경 대표는 광고대행사 제일기획, 한국IBM을 거쳐 지난 2003년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에 입사했다. 이후 쇼박스에서 나와 2012년 영화 제작사 더 램프를 설립, 영화 '동창생'(2013), '쓰리 썸머 나잇'(2015), '해어화'(2016), '택시운전사'를 제작했다.
'택시운전사'의 배경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사건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택시운전사'를 '날조'라고 주장, 논란이 일었다. 박은경 대표에게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후 이런 논란을 예상하거나 염려하지 않았는지 묻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 개봉할 때 공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 때문에 걱정하거나 고민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들의 시선이 왜곡돼 있으니까요. 물론 사건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 지점이 있을 수 있지만, 많은 부분들이 이미 밝혀진 내용이고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이에요. 그런 분들을 보면 오히려 신기해요.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이 이야기를 잘 만들자', '(희생자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광주 택시운전사 분들이 영화를 보고 좋게 말해주신 것에 대단히 감동 받았어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택시운전사'를 관람,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내한한 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를 비롯, 송강호, 유해진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그 자리에 박은경 대표도 있었다. 박은경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위르겐 힌츠페터 부인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서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님을 저희 쪽에서 한국으로 초대한 상황에서 청와대 측에 '두 분이 만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연락드렸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 가톨릭 회관에서 힌츠페터가 만든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주도적으로 상영하고 힌츠페터 묘소에 참배한 사실을 알고 있어서 '두 분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청와대 측에서 영화도 같이 보는 게 좋다고 먼저 제안해주셨어요. 현장 분위기는 좋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고 들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티켓을 발권해서 영화를 관람하시는 걸 보고 현 정부가 투명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함께 영화관에서 보셨던 일반 관객들도 '대박'이라고 영화 사이트에 글들을 올리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박은경 대표는 그 전 작품들과 비교해 4번째 영화 '택시운전사'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제작한 작품이 흥행되지 않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었다. 박은경 대표는 "제작한 영화가 잘 안 되면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특히 영화를 함께 한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속상하다"고 고백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의 가치를 언급했다.
"물론 제작자로서 잘 되는 영화도 있고 아쉽게 끝나는 작품도 있죠. 하지만 한 작품을 만들 때 모두가 최선을 해요. 말단 스태프부터 모두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걸 본 적이 없어요. 물론 관객이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스러워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제작자들은 영화관에 작품이 걸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요. 영화를 만드는 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들이 모여진 결과물이니까요. 또 영화가 세상에 나오면, 저보다 오래 살잖아요.(웃음) 언제든 누구나 찾아보기기도 하고요."
박은경 대표는 처음부터 영화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박은경 대표는 "영화 관련 마케팅 팀장이 되면서 '이건 뭐지', '도대체 여긴 어디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웃음)"며 "처음부터 영화를 전공하고 사랑했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애정이 점차 생겼다. 하다보니 재밌고 지금도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제작자로서 영화의 어떤 점이 재밌고 매력일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책, 음악, 그림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것들도 가치있죠. 하지만 영화는 굉장히 다른 의미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한 방향으로 가는 게 매력있어요. 처음 시작은 한 두 명이 하기도 하지만 개봉할 때쯤에는 몇 백명이 함께 같이 달려간 결과물이니까요. 그래서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들에게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좋은 연출자도 중요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을 잘 만드는 작가를 많이 만나고 싶은 욕심이 큰 것 같아요."
천만 영화를 만들어낸 박은경 대표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말모이'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조선어학회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쓴 엄유나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역사물을 다시 또 제작한 데에 '택시운전사'의 영향이 있었냐는 질문에 박은경 대표는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문과 출신이라서 대학교 다닐 때 조선어학회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요.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기회가 되면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 이야기를 동의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다른 분들에게도 이 말을 했는데 엄유나 작가가 '이거 재밌을 거 같다'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해줬어요. 엄유나 작가에게 기대서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에요.(웃음) 아직은 시작 단계예요. 제작자로서 극장에 제발 걸렸으면 좋겠어요.(웃음)"
영화는 일제 시대가 배경이다 보니 항일 투쟁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박은경 대표에게 당대를 영화로 옮기는 데 부담감이 없느냐고 묻자 "역사 소재를 다루는 제작자들 모두 부담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안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어떻게 만드냐가 중요하다. 얼마나 잘 만들어가는지가 문제"라며 "'해어화', '택시운전사'가 어쩌다 보니 역사 문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그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영화 업계는 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택시운전사'도 지난 2014년 제작을 시작, 올해 극장가에 걸렸다. 박은경 대표는 "오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2~3년 후에 할 게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실제 오늘 준비해서 내 후년쯤 영화가 들어가면 빠른 것"이라며 향후 일정을 말했다.
"스스로 뭔가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도 챙겨봐야 하고 어떤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업계 돌아가는 것도 봐야 하고요. '어떤 작가들이 글을 잘 쓰나' 하면서 작가들도 눈여겨 보고 시나리오도 구해서 읽어보고요. 또 저처럼 부띠끄(?) 같은 제작사는 보통 직원이 많지 않아요. 저도 직원 한 분과 둘이서 일을 하다보니 쓰레기통 비우는 일 같은 것도 다같이 하고 있어요. 스스로 계속 뭔가를 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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