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영화 '남한산성'에 믿고 보는 우리나라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올 가을 '남한산성'도 믿고 보는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남한산성'(감독 황동혁, 제작 싸이런픽쳐스)의 제작 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과 황동혁 감독이 참여했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남한산성'으로 첫 정통 사극 장르에 도전하는 황동혁 감독은 "김훈 작가의 원작을 읽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역사를 알게 됐다. 너무나 몰랐던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했던 사람들의 고민을 알게됐다"며 "영화를 통해 당시 역사와 인물을 제대로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은 청의 굴욕적인 제안에 화친과 척화로 나뉘어 첨예하게 맞서는 조정의 날 선 논쟁을 고스란히 영화로 옮기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최대한 원작의 대사들을 살리면서도 현재 관객이 듣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윤색하는 작업에 힘을 쏟았다.
황동혁 감독은 "원작을 쓴 김훈 작가가 가지고 있는 힘, 비장함, 비애스럽지만 아름다움 등을 감히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이런 원작의 멋과 맛이 느껴지도록 배우들에게 대사를 줬다. 여기에 다른 사극 작품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동혁 감독은 2007년 영화 '마이 파더'로 데뷔, 2011년 청각 장애 학교에서 벌어진 참혹한 실화를 차분하면서도 생생하게 담아낸 '도가니'를 통해 우리나라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는 따뜻하고 유쾌한 웃음을 선사, 장르를 넘나드는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연출력을 선보인 바 있다.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개했다. 먼저 이병헌은 "제가 출연했던 영화 '광해'는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된 작품이다. '남한산성'에서는 정말 역사 그대로를 고증하면서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최명길이라는 실존 인물이 행했던 모든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진지하고 심각하게 작품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은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았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동원의 기쁨을 누렸던 이병헌은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 청과의 화친(나라 간에 다툼 없이 가까이 지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최명길과 대립각을 세우는 김상헌 역을 맡은 김윤석은 정통 사극 연기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김윤석은 "'남한산성'은 우리에게 굴욕적인 역사이고 피하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이걸 제대로 건드려서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하는 역사"라며 "그런 점이 영화를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최명길과 김상헌 두 인물이 진심은 같지만 다른 의견을 내는 게 매력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윤석이 연기한 인물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 속 청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예조판서 김상헌이다. 죽음을 맞을지언정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과 뚝심을 지닌 인물로 이조판서 최명밀과의 팽팽한 대립을 통해 극의 긴장감과 흡인력을 높일 예정이다.
박해일은 이병헌과 김윤석 사이에서 연기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전했다. 박해일은 "김상헌을 연기한 김윤석은 불덩이, 최명길 역을 맡은 이병헌은 얼음 덩어리를 (제게) 던지는 느낌이었다. 워낙 두 인물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있어서 인조 역할이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박해일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포로로 끌려간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청과 맞서 싸우는 신궁 남이 역을 연기한 바 있다. '남한산성'도 같은 시대 배경이지만 왕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 박해일은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기회다. 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 역할"이라며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상당히 고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박해일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에서 청과의 화친과 척화(화친하기를 배척함)를 두고 고뇌에 빠진 왕 인조로 분했다. 같은 충심을 지녔지만 다른 신념으로 맞선 두 충신 최명길과 김상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고수는 대장장이 날쇠 역을 맡았다. 고수는 "제가 맡은 역할 날쇠는 다른 인물들이 주는 느낌을 받아서 행동하는 인물이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그 분위기를 보고 싶어서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 갔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고수가 맡은 날쇠는 민초의 신분에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격서 운반의 중책을 맡은 굳은 의지와 신념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고수는 격서 전달 장면을 위해 눈 덮인 산을 구르고 빙벽을 등반하는 등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희순은 정치적 이념과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묵묵히 지키는 무관 이시백 역을 맡았다. 추운 겨울 청과의 대규모 전쟁 장면에서도 강도 높은 액션을 직접 소화,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청나라의 역관 정명수 역을 맡은 조우진은 "'남한산성' 촬영은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 우리나라 영화계의 어벤져스 같은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조우진은 만주어 연기에 도전했던 경험을 밝히며 만주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조우진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상무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정명수는 조선인 천민 출신으로 청의 관직에 오른 인물. 조우진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쌓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 극에 풍성함을 더할 예정이다.
한편, '남한산성'은 오는 9월 말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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