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장동건이 흥행에 대한 갈증을 고백했다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 제작 ㈜영화사 금월)의 개봉을 앞둔 배우 장동건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다. 극 중 장동건은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았다.
전작 '우는 남자'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느와르로 영화계에 컴백한 장동건은 최근작들이 모두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던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브이아이피'의 흥행을 기대하는지 묻는 질문에 "기대보다도, 이제는 흥행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는 "물론 과정이 좋지만 결과가 안좋을 수도 있고, 과정이 안좋은데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며 "그게 우리 힘으로 되는건 아니지만 둘이 다 좋은게 제일 좋은 것 아닌가. 지나고 나면 결과가 좋았던 것에, 관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에 나도 애정이 많이 가는 것 같더라"고 고백했다.
흥행에 대한 갈증이 커 보인다는 말에 장동건은 "목마르다"고 말하며 앞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셔 다시 한 번 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자신의 출연작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잠시 고민한 뒤 "절대적 관객 수치 때문이라기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라며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아도 사람들이 안보면 의미가 많이 퇴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진한 아쉬움을 안고 보낸 작품은 무엇일까.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중화권 톱스타 장쯔이와 장백지가 출연한 '위험한 관계'였다. 장동건은 "그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허진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같은 작업을 처음 경험했다"며 "장쯔이, 장백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연기하며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작업 자체에 공을 들이고 생각을 많이 한 영화였는데 그것이 잘 전달이 안됐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인 시절을 제외하고, 장동건의 필모그라피를 채운 다수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거친 눈빛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고독한 킬러, 미쳐버린 군인, 권력을 탐하는 청년까지, 예의와 선량함을 모두 갖춘 장동건의 성품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체감할 법하다.
이에 대해 장동건은 "배우라는 직업은 우선 선택을 받아야 선택하지 않나"라며 "그런 작품들이 주로 많이 들어온다. 개인의 취향도 있다 보니 밝은 역할이 잘 안 들어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연기를 통해서나마 평소 자신의 모습을 잊고 변신을 꾀하고 싶은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나에게 착하고 바른 이미지가 있지 않나, 오히려 영화나 작품에서는, 그래서 대중이 알고 있는 어떤 모습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장동건은 몇 년 전 자신이 겪었던 슬럼프를 덤덤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작품이 잘 됐는지를 떠나서 연기를 하면서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하더라"며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에 매너리즘인가 생각도 했었다'고 답했다.
또한 "다른 영화도 잘 안보게 되는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들에게 나르시시즘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생각하는데 나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며 "나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던 시기 같더라. 외모도 그렇고 제가 저에게 어떤 매력을 못 느끼겠는 시기였다"고 알렸다.
그가 이런 감정을 씻어내게 만들어 준 작품은 '브이아이피' 이전에 작업한 추창민 감독의 영화 '7년의 밤'이었다. 그는 "그 작품을 찍으면서 회복되기 시작한 것 같다. 최근에는 안하던 운동도 꾸준히 하게 됐다"며 "'7년의 밤'을 찍으며 고생스럽게 작업했지만 다시 옛날 여기할 때 설렘을 찾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장동건은 "그 때는 그런 설렘을 가지고 찍었다. '7년의 밤' 같은 영화는 흥행이 안되고 욕을 먹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며 "그런 것을 겪고 이 영화('브이아이피')를 찍으니 덜어내는 작업이 수월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게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과잉일 수 있겠더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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