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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아, 경쟁에서 이겨라"…'데칼코마니' 황선홍의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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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도전사 비슷한 궤적…"현 시점에서 필요한 선수" 덕담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황선홍(49) FC서울 감독의 당시 나이는 서른다섯이었다.

그에게는 앞선 월드컵의 뼈아픈 실패가 있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경험하며 기대주로 우뚝 섰지만 1994 미국월드컵은 악몽이었다. 소위 '똥볼'만 찬다는 비하에 시달렸다. 한국을 떠나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통의 시간이었고 4년 뒤 1998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만회하려 애썼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프랑스월드컵 직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본선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는 한국을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했다.

공교롭게도 절망 속 희망도 있었다. 후배 이동국(38)이 열여덟의 나이로 네덜란드전에서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희망의 싹이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4년 뒤 둘의 운명은 엇갈렸다. 황선홍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혹독한 밀고 당기기에 오기와 악으로 버티며 최종 엔트리에 승선해 폴란드와의 첫 경기 왼발 터닝 슈팅으로 한국의 월드컵 첫 승에 기여하는 등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홍명보(48)와 함께 정신적 리더 역할까지 해냈다.

반면 이동국은 '게으른 천재'로 찍혀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이후 2006 독일월드컵 개막 두 달 앞두고 오른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그는 광고를 통해 동료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12년 만에 본선 무대를 경험했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박지성(36)의 결정적인 패스를 받아 슈팅한 것이 빗물에 젖은 그라운드와 마찰을 일으켜 소위 '물회오리 슛'이 되며 골이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게 이동국과 월드컵은 멀어져갔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응원으로 보냈다. 그해 9월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10월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더는 대표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월드컵에 도전했던 황 감독과 궤적이 너무나 비슷했다.

놀랍게도 위기에서 이동국은 재등장했다. 지난 14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9, 10차전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26명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경험과 실력 모두를 인정받은, 당당한 선발이었다.

한국은 4승 1무 3패, 승점 13점으로 우즈베키스탄(12점)에 승점 1점 앞서있을 뿐이다. 간단하게 살피면 이란에 패해도 우즈벡에 이기면 된다. 그렇지만, 우즈벡전은 원정이다. 풍부한 원정 경험과 벼랑 끝 경기를 치러봤던 많은 이동국이 필요한 이유가 확실한 셈이다.

황 감독도 이동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냉정했다. 15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가진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이동국의 선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어차피 다 경쟁이다. 선택도 책임도 감독이 지는 것이"이라며 "나이가 어리고 많고는 상관없다. 똑같은 경쟁이다. 포지션이 다르기는 하지만 김민재(21)부터 이동국까지 모두 경쟁을 해야 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자신과 이동국의 비교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황 감독은 이동국에게 애정 넘치는 격려를 했다. 서울의 수장이지만 한편으로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이라는 점에서 그의 생각 자체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동국이는 월드컵 본선에 간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충실해야 월드컵에 갈 수 있지 않을까. (본선까지) 주어진 시간에 컨디션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최선을 다해서 신 감독 머리에 박힌다면 (본선 진출 시) 가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 도태되면,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면 사라지는 것이다. 답은 없지만 현시점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위권 경쟁팀이니 전북 경기를 자연스럽게 분석하고 이동국의 움직임을 보게 마련이다. 올해 이동국은 4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 6월 28일 포항 스틸러스전 멀티골은 황 감독의 탄성을 자아냈다. 당시 이동국은 전반 6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 세 명을 앞에 두고 절묘한 속임수와 볼 다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 외에도 그의 전매특허인 발리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동작은 여전하다.

"대단하더라. 순간마다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무리한 장면 대신 간단하게 하고 기회가 오면 슈팅하는 것을 잘하더라. 제어를 정말 잘한다. 90분을 계속 경기하면 티가 나겠지만 교체나 선발로 나서서 6~70분을 뛰면 힘든 티가 나지 않는다. (포항전 첫 골은) 속임 동작을 잘했다. 상황에서는 적절하게 사용하더라. 나도 봤지만 속을 수밖에 없더라. 19살부터 20년 동안 문전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면서 몸에 익숙해졌을 것 아닌가."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전하던 황 감독은 한국 축구 공격수 계보가 박주영(32, FC서울) 이후 흐릿한 부분에 대해 늘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수차례 말을 꺼냈지만 스스로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팀 스카우트에게 (대학 이하) 선수 중 공격수를 뽑아오라고 하면 선수가 없다더라. 내가 학원 축구의 환경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말하기가 어렵다. 아직도 (이)동국이가 중심 공격수라는 것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황희찬 등 어린 친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어차피 황희찬, 이동국 모두 경쟁 아닌가. 모두에게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본다."

황 감독의 바람은 한결같다. 대표팀이 무조건 월드컵 본선에 가기를 기대했다. 그는 "갈 것으로 믿는다. 위기에서 뭉치는 힘이 나오리라 본다"고 돈독한 믿음을 나타냈다.

조이뉴스24 구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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