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이정현이 영화 '군함도'를 위해 약 7kg의 체중을 감량했던 이유를 알렸다. 애초 마른 몸을 가졌던 그는 위안부 피해자의 당시 모습을 담은 역사 속 기록물들을 참고해 36.5kg까지 몸무게를 줄여나갔다. 갈비뼈가 보일 만큼 앙상한 몸을 만들기까지 쉽지 않은 노력이 있었을 법 했지만, 이정현은 자신보다 단역 배우들의 감량에 더 큰 박수를 보냈다.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의 개봉을 앞둔 배우 이정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이정현은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 온 조선인 말년 역을 연기했다.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알리며 이정현은 "위안부 피해자를 그린 이전의 영화들은 주로 당해서 울고 슬픈 모습을 그리곤 했는데 처음 시나리오를 봤더니 당당하게 맞서고 강인하게 나오는 말년의 모습이 좋더라"며 "류승완 감독은 여배우도 강하게 그려주더라.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남자 배우들 캐스팅이 끝났었던 상황인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와 연기한다니, 떨렸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속 위안부 피해자를 그리기 위해 이정현은 체중을 36.5kg까지 감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애초 마른 몸을 가졌던 이정현이 더 적은 체중을 기록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법했지만, 그는 동료 배우들의 깡마른 모습을 보며 더 큰 자극을 받았다고 알렸다. 특히 화면에 작게만 비춰지는 단역 배우들이 식단을 조절하며 체중을 감량하는 모습을 보면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모두 봤다"며 "인터뷰 증언 내용 중 위안부 피해자들이 식사도 하지 못하고 빼빼 마른 상태로 많이 당하셨다고 하더라. 사실 처음에 감독은 남자 배우들에겐 10kg 이상 씩의 감량을 주문했지만 내게는 요구하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류승완 감독에게 체중 감량을 먼저 제안한 것은 이정현이었다. 그는 "내가 먼저 '이런 증언이 있으니 같이 감량하겠다'고 했다"며 "'노출되는 신, 신체검사 신이나 유곽에서 잠시 옷을 벗는 신에서 갈비뼈가 보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감독님이 '나는 너무 좋지만 괜찮겠냐'고 하더라.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이어 "37kg이 되니까 갈비뼈가 보이더라. 빼다 보니 그렇게 됐다. 현장에 식단차가 두 개가 있었고 다 같이 뺐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었다"며 "밥도 조단역 배우들과 다 같이 먹었고 다 같이 뺐다"고 덧붙인 이정현은 "우리는 자주 나오고 주연 배우로 비춰지지만 단역 분들은 멀리 계시지 않나. 그 분들이 빼신 게 정말 대단했다. 존경스러울만큼 열정이 훨씬 더 많이 넘쳤다"며 "거의 하나가 돼서 촬영했다"고 답했다.
류승완 감독이 그린 말년은 이정현이라는 에너지 넘치는 배우를 만나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그는 류 감독의 말을 전하며 "죽지 못해 살고, 하지만 굉장히 강인하고, 같이 있는 조선 소녀들과 소희(김수안 분)에게 엄마 같은 존재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역할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었다"며 "처음 듣는데 마치 말년이 원더우먼 같았다. 총까지 쏘고 일본인들과 싸우기까지 한다고 하니 마음에 들어서 감독님에게 '너무 멋있다'고 했었다"고 배역에 대한 설명을 듣던 때를 떠올렸다.
황정민부터 소지섭, 송중기까지 출중한 배우들과 함께 한 협업은 이정현으로 하여금 고단함을 잊게 만든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는 "연기할 때 재밌었다"며 "힘든 것도 잘 몰랐다.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배우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축복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블루매트를 깔거나 CG를 하지 않아도 현장 자채가 군함도였다"며 "모든 배우들이 완벽히 준비하고 딱 앉아있으니 현장에 녹아들기만 하면 됐다"고 뜨거웠던 현장을 언급했다.
'군함도'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