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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이란 이름의 확장[군함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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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관객, 자본의 교집합 오가는 멀티플레이어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소재와 캐스팅은 물론이고 제작 규모까지,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이슈는 제작 단계부터 끊이지 않았다. 한일 과거사 문제의 새 화두로 떠오른 군함도를 다루는 첫 한국영화인데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굵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영화를 향한 기대는 이 대작의 메가폰을 잡을 사람이 한국영화계 스타 감독 류승완이라는 대목에서 정점까지 치솟았다. 약 20년 전, 단편들을 묶은 액션 옴니버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독립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류 감독은 어느덧 이름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가슴을 두근대게 하는 명감독이 됐다.

2010년작인 '부당거래'(276만 명)의 관객몰이로 대중성을 확실히 입증한 그는 최근 5년 간 눈부신 흥행 성과를 내보였다. 2013년작 '베를린'이 716만 명의 최종 관객수를, 2015년작 '베테랑'이 1천241만4천여 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최고의 흥행 파워를 자랑했다.

'베를린'과 '베테랑'은 나란히 설 연휴와 여름 성수기를 노린 텐트폴 작품이었다. 류승완이란 브랜드가 지닌 신뢰도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2017년 여름, 그는 또 한 편의 여름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로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소재로 삼은 만큼, '군함도'에는 일찍이 양국 문화계의 관심이 쏠렸다. 영화의 제작보고회에서는 일본 유력 신문의 기자가 영화 서사의 사실성과 한일관계의 미래에 대해 직접 질문을 하기도 했다. 국내 언론에서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역사적 사실들을 비추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정작 가장 날카롭고 영민한 눈으로 이야기를 바라본 사람은 류승완 감독이었다. 그는 해당 시대를 다루며 빠지기 쉬운 함정을 여유롭게 비켜갔다. '조선인 대 일본인'이라는 갈등 구도를 피했고 민족주의적 메시지로 영화의 서사를 결론내리지 않았다. 대신 지옥섬을 버텨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절망과 희망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감독의 역사인식은 어떤 상징이나 이념보다도 범인(凡人)들이 남겼을 생의 흔적과 닿아있었다. 우려했던 '국뽕 영화'의 길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반면 이 영화를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류승완스럽지 않다'는 반응은 '군함도'라는 프로젝트가 애초에 배태한 무수한 요인들에 기인한듯 보인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류 감독의 첫 영화라는 사실, 여전히 화해되지 않은 현실 속 역사, 공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개성'과 '보편성'의 자리 싸움이 그 예시들일 것이다.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의 역대 연출작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다. 25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류 감독 필모그라피에서 뿐 아니라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다. B급 액션 영화로 충무로에 첫 발도장을 찍었던 류승완 감독이 국내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물량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로 다시 족적을 남기게 된 셈이다.

류승완 감독은 액션을 특기로 삼은 빛나는 개성, 날 것 같은 생동감으로 자신의 영화 세계를 또렷이 구축해왔다. 20년을 이어 온 꾸준한 걸음, 쉼 없는 도전이 신뢰를 낳았다. 1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대작 '베를린'에 이어 '군함도'까지, 어느덧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수백억원대 대작을 맡길 '믿을만한' 연출자가 됐다. 신뢰의 두께는 때로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상업 영화 연출자로서 류 감독은 보다 보편적인, 더 많은 사람들이 오락적으로 느낄만한 창작물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군함도'가 그 결과물이라면, 어렵지 않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베를린'과 '군함도'의 사이, 그 해 가장 신명났던 액션 영화 '베테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류 감독에게 첫 '천만 감독'의 타이틀을 안겼던 '베테랑'은 그의 여타 작품들 못지 않게 '류승완'이란 인장이 진하게 찍힌 오락물이었다. 어쩌면 류승완은 자신과 관객, 자본의 교집합을 자유자재로 매만지는 멀티 플레이어일지 모른다. '군함도'를 류승완의 '한계'가 아닌 '확장'으로 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14년 류승완 감독은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들고 서울독립영화제에 금의환향했다.('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단편 '현대인'은 1999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당시 시네토크에서 류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흥미롭기 그지없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왜 DVD를 주지 않는가?'(감독 구교환)라는 단편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 '이 영화 하나로 나를 평가하지 말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영화로 나를 평가하지 말아달라. 내 대표작은 다음 영화다.(웃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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