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참 잘 자랐다. 유승호를 보고 있노라면 '아역배우의 교과서'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디. 귀여웠던 꼬마는 소년으로, 그리고 이제는 아역배우에 머물지 않고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유승호는 '군주'로 또 한 번 빛났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군주'에서 유승호는 또 한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카리스마 넘치는 왕의 얼굴을, 선굵은 연기를, 또 드라마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주연배우의 막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군주' 종영을 마친 유승호의 표정이 밝았다. 유승호는 "'군주'는 유승호라는 배우를 잘 보여줄 수 있고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조금의 확신을 줬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불안한 감이 있었다. 이번 작품으로 저 스스로도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찰영장을 경험한 유승호였지만, '군주'의 현장은 유독 힘들었다. 유승호는 "여름에는 사극을 안하려고 했다"고 웃으며 "그러나 감을 잡고 그 배역에 빠져들면 사극만큼 재미있는 장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군주'에서는 좋은 배우들을 만나 세자라는 인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세자라는 인물을 만들 수 있게 많이 도움을 받았고, 그분들 덕분에 흐름을 잘 타서 더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군주'와 함께한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시청률 이야기가 나오자 아쉬움이 묻어났다. '군주'는 드라마 방영 내내 수목극 1위를 지키며 화려한 성적을 썼던 터. 유승호는 "시청률이 잘 나와서 기분은 좋았다. '20% 공약'까지 잘 마무리 했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20%를 넘으면 팬 사인회를 하기로 했었다. 촬영하면서도 우리끼리 '언제 팬사인회 하냐'고 했는데,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치가 아닌, 드라마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 보답할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는 그에게서 '애민정신'을 이야기하는 세자의 얼굴이 겹쳐졌다.
유승호는 조선 최고의 막후 세력 편수회와 맞서 싸우며 진정한 군주로서의 위용을 증명한 세자 역을 맡아 신들린 연기력을 펼치며 인생캐릭터를 완성했다. 유승호는 편수회를 처단하기 위해 스스로 백성의 곁으로 내려가, 오로지 백성만을 중요시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의 고군분투를 진정성 넘치는 명품 연기로 담아냈다.
수많은 작품 속 왕의 아역을 한 적은 있지만, 성인이 되어 왕 연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승호는 "어렸을 때는 왕을 했어도 왕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제가 잘 모르니까 늘 하던대로 그냥 그렇게 했던 것 같다"고 돌이키며 "이번 작품에서는 17살 어린 시절의 연기와 성인이 된 왕 연기를 했다. 17살 세자를 그릴 때는 애교 있게 천진난만 하면서도 이선(엘 분)의 아버지를 구할 때는 청소년이 아닌 왕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다. 성인이 됐을 때는 세자와는 또 달라야 했다. 든든하고 듬직해 보일 수 있게 헤어스타일도 거칠게 많이 바꿨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유승호의 대사를 통해 '군주론'과 '애민정신'이 부각됐다. 현 시대와 맞물려 '진정한 리더'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
유승호는 "'백성을 위해서'라는 대사가 항상 들어갔다. 사실 그 당시에는 답답했다. 최영 장군이 백성들을 데리고 와서 편수회를 쓸어버리자고 했을 때 '콜'하면 드라마가 편하게 갈 수 있었을 것"라며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을 드라마로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편수회를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백성들을 위해 참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상적인 리더상'을 묻자 "국민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인 것 같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힘들 때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 원하는 것 같다"고 진지한 답변을 내놓기도.
유승호는 잘자란 아역 출신 연기자로 손꼽힌다. '집으로'의 귀여운 꼬마는 수많은 작품을 두루 거쳐 이제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인 동시에 함께한 배우들이 입모아 칭찬하는 '인성 좋은 배우' '생각이 바른' 로도 꼽힌다. 스캔들이 없었던 탓에 반듯한 이미지도 따라다닌다.
유승호는 "의도해서 만든 이미지는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은 하기 싫었다. 현장에서 화나는 일도 많지만 배우가 화내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더운 날씨에 가만히 서있는 나도 힘들지만, 무거운 것 들고 가는 스태프들이 더 힘들다. 내가 웃어야 스태프들도 웃고 분위기가 좋아진다. 피해 주지 않고 내가 먼저 챙기는게 편하다. 그러다보니 그런 이미지가 점점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살다보면 사람 없는 곳에서 무단횡단 할 수도 있고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조차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목을 받는 아역 배우였지만, 버텨야했고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고 했다. 그래서 아역배우들을 보면 걱정되는 마음과 응원하고 싶은 마음, 복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금의 유승호가 되기까지 우리가 모르는 성장통이 짐작됐다.
그래서일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말에 그 어느 질문보다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인기를 얻으면 좋지만 인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연기 연습이 필요하고, 그런 작품을 할 수 있을 수 있도록 다른 작품도 잘 되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유승호는 '진짜 배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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