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한 아이의 이빨 두개가 부러졌다. 연극 '대학살의 신'(연출 김태훈)은 아이들의 싸움으로 인해 서로 마주하게 된 양가 부모들의 교양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2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대학살의 신' 프레스콜에서 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 등 네 배우는 고상하고 예의바른 모습 뒤에 숨겨진 유치찬란하고 위선적인 인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시간30분의 전막시연에서 배우들은 엄청난 양의 대사량을 한치의 오차 없이 쏟아내며 불꽃 튀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특히 제한된 공간 속에서 네 배우는 치열한 설전과 동시에 무섭게 망가지며 역할에 몰입했다. 공연 틈틈이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대학살의 신'은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은 연극. 뮤지컬 1세대 스타 남경주와 최정원이 알렝과 아네뜨 부부를, 송일국과 이지하가 미셀과 베로니끄 부부를 연기한다.
남경주가 맡은 알렝은 부당한 기업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속물 근성을 가진 워커홀릭 변호사다. 최정원은 럭셔리하고 교양있는 외모를 가진 전형적인 중산층 여성이지만 술에 취해 본색을 드러내는 가정주부 아네트 역을 맡았다. 약 30년 가까이 뮤지컬 '콤비'로 활약해온 두 사람은 연극에서는 첫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남경주는 "최정원과 28~29년 가까이 함께 뮤지컬을 해왔다. 연극 무대에 서니 기분은 색다르지만 역시 든든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정원 역시 "연극 무대에 서보니 왜 남경주, 남경주 하는지 알게 됐다. 찰떡 궁합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첫 소극장 연극 도전에 나선 송일국은 평화주의자 가면을 쓴 남자 미셸 역을 맡았다. 자수성가한 생활용품 도매상으로, 중립을 지키려 애쓰지만 결국 분노를 폭발하고 마는 인물이다. 각종 연극상을 휩쓴 이지하는 세계의 안녕과 평화를 꿈꾸는 아마추어 작가 베로니크로 분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이다.
이지하는 "인간의 본성을 유쾌하게 까발리는 연극에 매력을 느꼈다"며 "1시간 반동안 유쾌한 설전이 벌어진다"고 소개했다. 송일국은 "이지하에게 첫 리딩 때 걱정이 많았는데 공연 날짜가 다가오니 봐줄만 해졌다는 칭찬을 들었다"라며 "성장시켜준 세 배우들과, 모든 걸 인내하고 참아주신 연출님께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7월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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