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연관을 짓지 않을 수 없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관계 말이다. 작품은 창작자의 세계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다시 한 번 그들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그 후'(감독 홍상수, 제작 영화제작전원사)는 아름(김민희 분)이 사장인 봉완(권해효 분)의 회사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봉완의 부인 해주(조윤희 분)가 사랑의 노트를 발견하면서 남편 봉완의 외도를 알아챈다. 아름은 해주에게 헤어진 여자로 오해를 받는다.
영화는 홍상수 감독과 연인 김민희가 함께 작업해 화제를 모았다. 이 둘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어 '그 후'에서 함께 작업했다. 아직 개봉 날짜가 잡히지 않은 '클레어의 카메라'까지 더하면 4편의 작품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역시나 홍상수 감독의 전 작품들과 같이 지질하다. 김민희가 연기한 영희는 전 작품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처럼 의뭉스럽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 작품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술을 마시며 자신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영희는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언제든 죽어도 돼요"라면서 속세에서 해탈한 듯하지만 동시에 사랑에 대한 지론을 열정적으로 펼친다. "사랑을 해보지 않으니까 사는 거에 집착하는 거죠. 진짜 사랑을 못하니까"라며 가짜 사랑을 공격한다. 영희가 유리창을 깨끗하게 닦는 남자를 보지 못하는(또는 보지 않는) 장면에서알 수 있듯 가짜 사랑은 도덕과 관습에 얽매인 관계를 의미한다.
'그 후'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그 후다. '그 후'에서 김민희가 연기하는 아름은 순수함의 결정체다. 봉완과의 대화에서 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름과 봉완은 실체와 믿음을 주제로 갑론을박을 펼쳔다. 아름은 "힘드니까, 믿는 걸 찾아내야지"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믿어요"라며 믿음을 최우선으로 둔다.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책 제목도'그 후'다. 영화에 등장하는 제목과는 다르지만 영화 제목은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동명 소설에서 따왔다고 짐작할 수 있다. 소설 '그 후'의 주인공들은 도덕과 관습을 떨쳐 버리며 외도를 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작품에서 외도를 순수한 사랑으로 표현한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의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도덕과 관습을 버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그 후'는 그것을 벗어난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김민희가 연기한 아름이 그 순수함의 상징 자체다.
영화는 오는 7월 6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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