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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별, 칸에서 지다…故김지석의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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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밤' 모인 영화인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추모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리셉션 행사는 눈물과 미소가 공존한 자리였다. 한국 감독의 영화가 네 편이나 초청된 칸에서 한국 영화인들이 한데 모였으니 즐겁기만 할 법도 했지만, 연회의 붉은 조명도 감추지 못할 비통한 공기가 흘렀다. 올해 칸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故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의 부재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실감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는 '한국영화의 밤' 행사는 통상 해외 주요 영화제를 방문한 한국의 감독, 배우, 제작진 등 영화계 인사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세계 국제영화제의 임원들이나 해외 감독들 등 한국영화계와 인연이 있는 해외 영화인들 역시 다수 찾는 행사다.

지난 22일 열린 올해 행사의 본식에서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추모하는 영화인들의 묵념이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 직원들이 직접 잘라 핀에 꽂은 추모 리본을 배포했다.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영화인들이 까만 리본을 받아들고 이를 가슴에 붙였다. 묵념에 앞서 행사장 전면의 스크린에 김 부집행위원장의 모습이 등장하자 많은 이들이 눈물을 닦아냈다. 스크린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선 정지영, 봉준호, 박찬욱 감독도 고개를 숙이며 고인을 추모했다.

검정 정장을 입고 함께 행사를 찾은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표정은 침통하기 그지없었다. 강 집행위원장의 퉁퉁 부은 눈은 비보 이후 지난 며칠 간의 심경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강 집행위원장은 영화 관련 행사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면 종종 밝은 얼굴로 농담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내 손을 잡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벌개진 눈매가 말을 대신했다. 많은 영화인들이 그저 그와 김동호 이사장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렸다.

고인과 영화제의 여러 고개를 넘어 온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도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다이빙벨' 사태로 촉발돼 지난 2년여 간 이어진 전 정권의 폭압을 김지석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버텨 온 이들이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해임 후, 홀로 영화제의 중심에 선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영화제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조직의 중심을 잡은 것도 김 부집행위원장이었다. '다이빙벨 사태' '블랙리스트 사태'로 기억되는 지난 몇 년 간, 고인은 SNS를 통해 그 부당함을 알리는 기사들을 하루에도 몇 건씩 공유하기도 했다.

그와 가까이서 일한 영화제 직원들은 당시에도 기자를 만나 김지석 부위원장의 정서적, 신체적 건강을 걱정했었다. 평생을 영화만 바라본, 반평생을 부산국제영화제에 바친 그가 영화제를 뒤흔든 폭풍의 한가운데서 건강을 잃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유독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지녔던 그를 지칭할 때, 영화제 직원들은 늘 '김샘('김 선생님'을 줄인 말)'이란 단어를 썼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한국 영화계를 넘어 세계 영화계, 특히 아시아 영화계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칸은 물론이고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계 가장 중요한 인사로 대우받곤 했다. 고인은 부집행위원장이기 앞서 영화제의 수석 프로그래머였다. 이날 행사를 찾았던 지아장커를 비롯해 모흐센 마흐말바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허우샤오시엔 등을 일찍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한 사람이 바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었다. 지금은 이들 모두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이 됐다.

영화제 직원들이 웃으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그를 '김샘'이라고 부르고 때로 장난도 하지만, 사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해외 영화제에서 거의 황태자 대우를 받는 분이죠." 빼어난 눈과 넓은 인맥, 따뜻한 성품까지 지녔던 그의 존재는 부산국제영화제 스태프들의 자부심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생전, 오직 영화와 영화제만을 생각하며 지내오신 고인의 삶을 너무나 잘 알기에 사무국 직원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넋을 잃었다"며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창설멤버이자 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하는 데에 있어 초석을 닦으신 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시아 영화계의 보석같은 존재이자 상징이었던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건, 우리에게 행운이자 특권이었다"며 "하지만, 영화제 모든 직원들은 앞으로 그와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에 매우 공허하며 비통함을 금할 길 없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장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장으로 오는 27일 오전 9시부터 29일까지 3일간 치러진다. 빈소는 부산광역시 광안리 서호병원 장례식장 VIP실, 발인은 29일 오전 11시다. 이후 오는 29일 오후 12시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영결식을 진행한다. 장지는 정관 부산추모공원이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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