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자신이 기용하는 선수에 대한 인내심이 강하다. 혹자는 그것을 고집으로 부르고 혹자는 '뚝심'이 있다고 평한다.
하지만 전례를 살펴보면 후자에 좀 더 가깝다. 부진했던 선수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면 그 선수는 좋은 성적으로 양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가장 좋은 예는 지난 2014시즌 조쉬 벨의 대체자로 영입한 브래드 스나이더다. 벨이 극악의 부진을 보였던 터라 자연스레 대체자인 그에게 팬들의 큰 기대가 쏠렸지만 정작 정규리그에서 죽을 쒔다.
흑인이었던 벨에 빗대 스나이더를 '하얀 벨'이라고 조롱하는 목소리도 팬들 사이에서 흘렀다. 그런데도 양 감독은 엔트리에서 그를 제외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스나이더가 미칠 것"이라며 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그리고 마치 그의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스나이더는 콘택트렌즈를 끼고 나온 포스트시즌에서 NC 다이노스,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연일 대포를 쏘아올리며 맹활약하며 팀을 한국시리즈 문턱까지 이끌었다. 양 감독의 무한한 믿음에 부응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장기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그의 지도 스탠스는 확고하다. 채은성, 이형종, 유강남, 문선재, 김용의 등 만년 유망주들은 그가 부여한 기회 속에서 대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LG는 한 선수의 문제가 아닌 전체적인 타격 과도기에 섰다. 선수들의 타격감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팀 타율 2할6푼1리. 10개 구단 가운데 밑에서 4번째다. 결코 높은 순위는 아니다. 투수진은 연일 호투하며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양상문 감독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타격이 좀처럼 터지지 않아) 조금 답답하긴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표정에선 고민이 묻어났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는 '인내'였다. 양 감독은 "타격이라는 것이 죽어라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들은 이를 악물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선수들을 향한 믿음을 보냈다.
성장을 위한 과도기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양 감독은 "조금씩 선수들이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조건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 브레이크를 깨고 나와야 자신의 평균으로 연결된다. 우리 선수들은 지금 그런 선상에 서있다"고 말했다.
성장을 위한 고민과 정체의 시기. 어쩌면 프로 2~3년차의 선수들에게 당연한 일이다. 최근 LG 타선은 베테랑 박용택과 이병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젊은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양 감독은 "박용택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이제 막 3년차에 접어들었다. 3~4년 정도는 풀 시즌을 치르면서 직접 부딪혀 봐야한다"면서 "그래야 자신의 몸 관리, 상대방에 대한 대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스스로 깨우치고 자신들의 컬러를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양 감독의 믿음이 벌써 통한 것일까. 이날 이형종은 자신의 커리어 첫 리드오프(선두타자) 홈런을 작성하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에 기운을 북돋웠다.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양석환도 2루타와 2타점을 기록, 침묵을 깨고 첫 타점을 올렸고 박용택은 생일을 자축이라도 하듯 4타수 3안타 불방망이를 휘둘러 팀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물론 한 경기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양 감독의 말대로 이제 막 풀 시즌을 치르기 시작한 젊은 선수들이다. 그렇기에 LG의 젊은 선수들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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