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합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기를 기대한 사람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에게 더 이상 축구 대표팀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대중의 바람과 정반대였다. 축구협회는 지난 3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2017년도 제2차 기술위원회를 소집했다. 관심을 모은 슈틸리케 감독은 계속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축구협회는 지난 23일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했을 당시 불거진 '위기론'을 긴급히 수습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은 없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하지만 시리아전에서 보여준 절망적인 경기력이 성난 팬심에 기름을 끼얹자 이날 정기 기술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감독의 거취를 논의했다. 위기론에 어느 정도 공감대는 형성한 것이다.
이토록 긴급하게 논의할 정도의 중대 사안이었지만 이 위원장의 설명은 지나치게 여유로웠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 주재의 모든 전술 회의에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배석했다. 감독 나름대로 상대에 맞춘, 또 우리 대표팀에 맞는 전술을 준비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을 옹호한 것이다.
하지만 그 근거가 부족했다. 이 위원장은 "선수들의 경기 준비는 언제나 치열하게 해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선수들과 코치진을 대신해 최근의 부진한 경기력을 해명했지만, 슈틸리케호가 보여준 준비과정과 내용·결과는 이 위원장이 말한 "치열한 준비"와는 동떨어져 있다.
구체적인 방안도 확실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러시아월드컵 마지막 경기까지 갈 수도 있다. 지금 단언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애매모호하게 빠져 나갔다. 또 "한 경기 한 경기가 월드컵 진출에 중요하다"고 말한 이 위원장이었지만 그 '한 경기'의 중요성에 대해선 간과하는 듯한 인상도 풍겼다.
당장 다음 '한 경기' 결과에 따라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 또한 "같은 조의 속한 다른 국가의 경기결과에 따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는 배제한 채 긍정적인 부분만 보려 했다.
많은 축구 팬들은 이미 이구동성으로 슈틸리케의 경질을 요구했다. 시리아전 이후 한 온랑니 여론조사에서도 전체의 82.3%에 해당하는 1만7천368명의 팬이 '경질'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선 이런 여론을 향해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축구팬은 물론 현장 전문가와 언론 등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큰 목소리를 낸 일이 근래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기술위원회는 '한 번 더'라는 표현으로 자신들이 뽑은 슈틸리케를 감쌌다. 러시아행을 장담할 수 없는 현재로선 이 위원장의 말처럼 '최악의 가능성이 없길' 바랄 수밖에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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