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위기에 몰린 울리 슈틸리케(63) 축구대표팀 감독의 운명은 유임일까 경질일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다음 주 기술위원회 첫 회의를 연다. 정확한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통상 A매치가 끝난 뒤에는 늘 회의를 통해 각급 대표팀의 상황에 대한 보고가 오갔기 때문에 큰일이 아니면 주목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과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기술위가 감독 선임 등 고유 권한이 있어서 무슨 안건이 오갈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거취 논의와 A대표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서는 경질보다는 유임 분위기가 우세하다. '아직은 2위'로 본선행에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그리 좋지는 않다. '무색무취'라는 평가에 성난 민심까지 더해 기술위를 압박하고 있다.
기술위가 어떤 선택을 하고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재가를 받아도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경질하게 되면 한국 축구 사령탑은 또 한 번 '독이 든 성배'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비용 대비 고효율을 얻으려다 낭패를 보는 셈이다.
2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중국의 마르첼로 리피 등과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카를로스 케이로스(이란), 바히드 할릴호지치(일본) 등 이름값 있는 감독들을 앞세워 나아지는 경쟁국들을 생각하면 더욱 비교된다.
정몽규 체제에서 갈수록 협회 예산이 줄고 있어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지도자 육성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중국, 시리아전을 앞두고 스위스, 독일 출신 코치를 영입하려다 비용 문제로 포기한 사례가 있다. 아끼기만 하다가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선임 당시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다음에는 국내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했으면 좋겠다"며 국내파에 무게를 실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마땅하게 맡길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신태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선임론이 피어오르고 있지만 U-20 월드컵 본선과 6월 카타르전 준비 시점이 겹친다. 두 집 살림하기에도 벅차다.
익명의 한 해설위원은 "개인적으로는 한 감독 체제로 어떤 위기가 와도 본선은 가야 한다는 축구협회의 정책을 믿었다. 그러나 지난 3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슈틸리케 감독을 통해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전술, 전략 등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함인데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더 최악의 상황에 몰리기 전에 칼을 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유임한다면 이미 땅에 떨어진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이 "선수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감독을 보호했지만 성남 여론은 오히려 슈틸리케 감독의 무능함을 지적하며 등을 돌렸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전술적 유연성 결여 등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을 할 것인지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 이란이 승점 17점으로 멀리 달아나 있고 한국(13점)은 우즈베키스탄(12점)에 1점 차이로 붙어 있다는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공석인 코치진 보강은 필수다. 슈틸리케 감독 옆에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가 있지만 피지컬 훈련만 담당한다. 전술 훈련을 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설기현, 차두리 코치가 각각 공격과 수비를 담당한다고 하지만 지도자로 큰 경기를 준비하는 경험이 부족하다.
신태용 감독이 맡았던 수석코치 보강을 반드시 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 아시아 예선 등 큰 경기 경험이 많고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아는 인물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구해야 한다. 인물난에 시달린다면 해외에서라도 수입하는 대책이라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한 K리그 감독은 "대표팀의 의사소통 구조를 보면 슈틸리케 감독이 다 부담을 안고 있는 느낌이다. 혼자 해결하려는 것인데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감독이 최종 결정을 한다고는 하지만 직언과 정확한 대표팀 상황을 파악해주는 경륜 있는 코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