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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보이콧?…또 상처 입은 K리그 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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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전 오심 중징계에 "심판 배정 거부" 으름장, 비판 쏟아져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K리그가 심판들의 사실상 파업 예고로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전국축구심판협의회(이하 심판협의회) 소속 심판들은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공문을 보내 프로와 아마추어 심판 활동을 보이콧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25~26일) K리그 챌린지(2부리그) 4라운드는 문제없이 진행됐지만 오는 4월 1~2일 클래식 4라운드, 챌린지 5라운드 심판 배정을 거부하겠다는 초강수다.

심판협의회가 강하게 나온 것은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광주FC의 클래식 3라운드에서 나온 오심 때문이다. 당시 김성호 주심은 서울이 0-1로 지고 있던 후반 16분 서울 이상호의 가로지르기가 수비를 하던 박동진의 등에 맞은 것을 핸드볼 파울로 지적하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에 격분한 광주가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광주는 한 번의 페널티킥을 더 내주며 1-2로 패했다. 경기 후 기영옥 광주 단장이 판정을 제대로 해달라며 프로연맹에 의심이 가는 판정들을 모두 열거하며 제소했다.

프로연맹은 경기 분석을 통해 김성호 주심을 무기한 배정 정지, 박인선 제2 부심을 퇴출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에 심판협의회는 심판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징계에 대한 항의와 함께 보이콧 의사를 내비쳤다.

조영증 심판위원장은 "부심은 조사 과정 중 핸드볼 파울 판정에 대해 말을 바꾸는 등 공정성이 생명인 심판의 자세에 심각한 흠결을 보였다"며 퇴출 결정 이유를 밝혔다.

심판협의회 소속 한 심판은 조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프로연맹의 징계 결정은 너무나 과했다. 심판을 희생양 만들어서 여론의 화살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프로연맹이 해당 심판들에게 제대로 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 김 주심의 위치에 따라 핸드볼 파울로도 착각할 수 있다. 오심 판정은 인정하지만, 중징계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징계를 빨리 발표하며 여론몰이를 했다. 심판에 대한 징계를 언론을 상대로 이렇게 빨리 알리는 것은 처음 봤다"며 목청을 높였다.

반면 연맹 관계자는 "해당 주, 부심에게 분명히 판정에 대한 발언 기회를 줬다. 그런데 말을 바꾸는 등 도덕적인 태도에 문제를 드러냈다. 더구나 분명히 판정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집단행동으로 K리그를 파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행동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심판 평가회도 다각도로 해서 다수의 의견을 모은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심판들이 처우 개선을 제대로 받기 위해 들고 일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 프로 심판 모두는 대한축구협회가 관리하면서 프로연맹에 파견을 보내는 형태다. 이 때문에 전임 심판제를 운용하면서도 계약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

심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심판들은 계약서도 쓰지 않고서 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 계약 없이 벌을 받으라는데 누가 받아들이려고 하겠는가. 시즌 전 해외 훈련 기회도 사라졌고 7월부터는 비디오 판독까지 시행하면서 할 일이 더 많아져 불만이 누적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연맹의 말은 다르다. 과거 연봉제를 시행하다 수당제로 바꾸면서 금액을 인상하는 등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계약서를 쓸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K리그 전임 심판이 되면 클래식과 챌린지를 오가며 경기 투입 횟수만큼 수당을 받는다. 교통비도 KTX와 항공료 중간의 요금을 받는다.

클래식 경기 주심은 경기당 200만원, 부심은 100만원, 대기심은 50만원이다. 챌린지는 클래식의 50% 수준이다. 2016년 기준 가장 많은 수당을 받은 심판은 5천5백만원을 넘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를 만족하게 하기는 어려워도 합당한 수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디오 판독 시행 시 은퇴 심판이나 현직 심판 중 판독 부심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인재풀을 넓히게 된다고 반박했다.

양 측이 입씨름을 벌이는 사이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특히 심판들이 합리적인 항의가 아닌 경기 배정 거부 등 팬심(心)을 거슬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팬들은 지난해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파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금품을 받은 심판들이 반성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혀를 끌끌 찼다. 또, 오심을 인정하지 않는 심판의 자세에 "외국 심판을 데려오라"며 분노하고 있다.

양 측은 오는 28일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일단 서로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어야 한다"며 K리그가 문제없이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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