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63) 축구대표팀 감독이 또 한 번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자초했다. 부상자를 명단에 올리고 대체 발탁해서 해당 선수와 소속 구단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3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7차전 중국, 시리아전 명단 24명을 확정, 발표했다. 한국(승점 10점)은 이란(승점 11점)과 우즈베키스탄(9점) 사이에서 빡빡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중국, 시리아를 무조건 꺾어야 상위권 버티기가 가능하다.
부상자와 경고누적자가 나오면서 선수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나름대로 넓은 시야를 보여줬다고 하지만 "소속팀에서 뛰어야 한다"는 기준에서 어긋나는 발탁도 있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의 희비는 흔들리는 원칙에서 갈렸다. 기성용은 부상, 이청용은 출전 기회 감소라는 다른 이유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성용은 일주일 전에서야 스완지시티 훈련에 합류했고 이청용은 경기 체력 유지를 위해 23세 이하(U-23) 팀으로 내려와 연습 경기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슈틸리케는 기성용만 선택했다. 기성용이 주장이고 팀의 분위기를 잡아 준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차고 슈틸리케호의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기성용과 계속 상태를 확인했고 합류가 가능한 컨디션이라고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선발했다"고 전했다.
물론 한 가지 전제가 깔렸다. 함께 선발한 곽태휘(FC서울)와 기성용 중 한 명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벤치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곽태휘는 지난달 28일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2017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왼쪽 종아리 부상을 당한 뒤 개점휴업 상태다. 재활에 매진 중이다.
그런데도 선수의 부상 상태에 상관없이 최종 명단에 올렸다는 것이다. 이미 황선홍 감독은 3월 5일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곽태휘의 부상에 대해 길어질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11일 강원FC와의 2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분간 회복이 어렵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슈틸리케 감독은 곽태휘를 넣었다. 발표 후 서울은 15일 ACL 3차전 웨스턴 시드니전을 치렀고 2-3으로 졌다. 황 감독은 경기 후 부상 중인 곽태휘와 박주영에 대해 "A매치 휴식기 이후 상태를 봐야 한다"며 사실상 A대표팀 합류가 어렵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줬다.
오히려 펄펄 날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 김보경(전북 현대)을 대기 명단에 넣는 의아한 선택을 했다. 김보경은 기성용과 일부 역할이 겹치기는 하지만 다양한 위치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그렇지 않아도 손흥민이 경고누적으로 중국전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보경은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는 자원이다.
묘하게도 김보경은 왼쪽 윙백과 오른쪽 공격이 가능한 김민우(수원 삼성)가 14일 이스턴SC(홍콩)전에서 부상을 당한 뒤 16일 대체 발탁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의 출전이 어려우면 플랜B는 김보경이다. 김보경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며 선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이는 선수 선발 원칙에 있어 자신을 변호하는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성용은 경기 사흘 전인 20일에 중국 창사에 합류한다. 컨디션만 놓고 본다면 김보경의 우선 출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벤치 분위기 등은 기성용이 잡아줘도 무리가 없다. 어차피 김보경을 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선수와 뒤엉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충분히 상황 파악이 가능한 상황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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