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프로듀서에서 가수로 데뷔한 이든의 20대는 순탄치 않았다. "돌아간다면 다시 살아낼 자신이 없다"고 할 정도. 자신감과 자존감이 강했던 만큼 열망과 열등감이 컸고 그것들의 충돌은 곧 자괴감이었다. 자신을 찢어놨던 나날들은 묵묵히 견딘 서른의 이든과 그의 음악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이든의 20대가 시련으로만 채워진 건 아니다. 2015년 여자친구의 '네버랜드', 2016년 비투비의 '기도' 등을 프로듀싱하면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었다. 28살엔 더 이상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됐고, 29살엔 어느 정도 일을 골라서 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그에게 또 다른 암흑기였다. 이든은 지금의 회사 KQ엔터테인먼트의 제안으로 프로듀서가 아닌 가수 계약을 맺었고 이전까진 생각하지도 않았던 자신의 앨범을 내기도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작업이었다.
"전 곡만 쓰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내 앨범을 만들어보라고 했을 때 그때부터 오는 '멘붕'이 컸어요. 전 다른 사람들을 잘 파악하는 성향인데 이젠 나를 파악해야만 했거든요. 난 과연 나를 잘 파악하면서 살아왔는지부터 시작해서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했어요."
프로듀서로 살아온 이든은 늘 그랬던 것처럼 대중음악의 흐름을 분석하고 트렌디한 다른 가수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난 내 앨범을 만들려고 하고 지금의 내가 제일 멋있는데 이걸 풀어야지 왜 또 남의 걸 생각하고 있지?'란 자각이 들었다. 기존의 틀을 깨고 나온 순간이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28살 정도부터 준비를 했는데 빨리 20대가 끝나라 하는 마음이었어요. 제가 자존감 강하고 자신감도 많은데 대신 제가 안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열망과 열등도 심해요. 자존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충돌이 어마어마했어요."
"예전에 중심에서 멀어지는 분들을 보면 자기 합리화하고 곤조만 생기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 너무 멋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제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앨범을 내게 된 걸 수도 있어요. 이 열등감에 제가 다 잡아먹힐 것 같았고 그걸 연료 삼아 앨범을 준비했어요."
이든이 자각을 한 후 처음 쓴 곡이 '스탠드 업(Stand Up)'이다. 또 4~5개월 뒤 '그땔 살아'가 나왔다. 이든은 두 곡을 담아 싱글 '어반 힘즈(Urban Hymns)'를 발표했다. 타이틀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도시 속의 찬가'. 도시에 살며 지친 이들이 공감하고 힐링할 수 있는 음악이다.
이든은 심플하고 미니멀한 음악으로 편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전 음악을 만들 때 난해한 거 안 해요. 아티스트가 난해한 생각을 툭 던져 놓는 거 멋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자기가 정리가 안 된 거에요. 자기만의 특별한 고뇌가 아니에요. 사는 거 다 똑같아요. 새로운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보다 우리가 다 아는 맛 중에 제일 맛있는 게 힘들어요."
"최선을 다해서 살았고 그 과정을 겪은 나를 보니까 매력적이었어요. 뭔가 만들면 리본을 달고 핀이라도 하나 꼽고 싶어지는데 그러는 순간 멋이 없어져요. 제 이야기에 아무것도 얹고 싶지 않았어요. 남들보다 멋있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런 포인트가 있고 그걸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땔 살아'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어반 R&B 스타일의 곡으로 가장 사랑했던 순간을 잊지 못하는 이별의 순간이 공감되는 가사와 미니멀한 악기 구성과 사운드 메이킹으로 절제미가 돋보인다. 권진아가 피처링에 참여해 곡의 서정미를 한층 끌어올리며 곡의 깊이를 더했다.
베이빌론과의 연습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스탠드 업(Stand Up)'은 인생에서 갈망하는 바를 표현한 힙합 스타일의 곡으로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을 통해 드라마틱한 구성이 배가 됐다. 소속사 선배인 베이빌론이 참여, 감미로운 음색 대결을 펼치는 듯한 듀엣 케미가 돋보인다.
이든은 화려한 가창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하지만 본인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 두 곡에도 그만의 보컬 색이 묻어난다.
"아마 모든 가수들이 제 노래를 저보다 잘 부를 거에요. 그런데 저같이 부를 수는 없을 거에요. 제가 뭔가 특이한 부분은 없어요. 그런데 확실히 저같이는 못 부른다는 건 있어요. 제가 내는 느낌은 못 내요. 제 곡을 다른 가수들이 부른 적도 있는데 제가 제일 잘 어울려요.(웃음)"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장르에 두루 강점을 보인다는 것도 이든만의 장점이다.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뚜렷한 이든만의 색채가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뭘 해도 어설프다'는 얘기를 듣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서니 '다 잘 한다'가 됐다.
"곡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고 그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포장지에 싸서 내놓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정체성이 뭐냐고 묻는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하는데 어떻게 내 색깔이 아니냐고 되묻고 싶어요. 결국 내 화법 내 무기 이거면 된 거 아닌가 생각해요."
"음악적 변신 그런 거 안 좋아해요. 대중이 절 파악하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 거에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역시 너무 많은 요소들과 사건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복잡한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계속 기대감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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