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적장으로 한국을 찾은 장쑤 쑤닝(중국)의 최용수 감독과 중앙 수비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장쑤는 2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7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1차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는 특별했다. 지난해 6월 FC서울에서 장쑤로 자리를 옮긴 최용수 감독의 공식적인 ACL 데뷔전이었다. 2013년 ACL 결승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1, 2차전 모두 비기고도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우승을 내줬던 한을 서울에서 풀지 못하고 장쑤에서 새로운 계획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지휘봉을 잡았다.
최 감독은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2위, FA컵 준우승 등 반 년 만에 팀을 두 번이나 우승권에 근접시키는 성과를 냈다. 당연히 기대감은 더 커졌다. 홍정호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영입해 수비를 강화했고 기존의 알렉스 테셰이라, 로저 마르티네스, 하미레스 등 특급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보유하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제주 조성환 감독과 서울 시절 2승 1무 2패로 용호상박이었던 최 감독은 이날 측면을 내주더라도 척추를 세우는 전략으로 나섰다. 중앙에서 홍정호가 수비라인을 조율하면 충분히 안정을 가져오리라는 생각으로 플랫3 수비의 중심 축을 맡겼다. 서울에서의 안정성에 기반을 둔 공격 전개와 비슷했다.
최 감독이 좀처럼 흥분하지 않고 두 팔을 감싸며 경기를 봤다면 홍정호는 열혈 남자였다. 제주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진출했던 그에게 고향 복귀의 기분은 남달랐다. 실제 홍정호가 이날 등장하자 가벼운 박수가 나왔다.
홍정호는 몸을 던지는 수비로 제주의 슈팅을 막았다. 제주 마르셀로의 묵직한 슈팅에 맞아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지만 자신 앞에 있었던 하미레스에게 연결하며 공격으로의 빌드업을 유도했다.
홍정호로서는 지난해 A대표팀에서의 중국화 논란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경기력으로 해소를 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이날 경기장에선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관전하고 있었다.
두 한국인의 분투에 제주는 골대를 두 번이나 맞히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아쉬운 경기를 펼쳤다. 측면을 내주고도 중앙에서 막겠다는 장쑤의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여우 최용수 감독이 끝까지 흥분하지 않고 조성환 감독의 수를 읽은 것이다.
물론 조 감독은 강력한 힘과 높이에 빠른 패스로 장쑤의 혼을 뺐다. 지난해 일방적으로 당한 뒤 패한 전북과는 전혀 달랐다. 결정력이 아쉬웠을 뿐이다. 제주는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하미레스에게 실점하며 아쉽게 패했다. 이래저래 흥미로운 90분 승부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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