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20주년을 맞은 가수 박혜경의 지난 세월은 행운과 절망이 공존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박혜경은 9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새 싱글 '너드 걸(Nerd Girl)' 음감회를 개최했다. 박혜경은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행운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동시에 힘들었던 4년의 시간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너드 걸'은 박혜경의 새로운 시작이다.
지난 1997년 밴드 더더의 메인보컬로 데뷔한 박혜경은 이후 솔로 가수로도 활동하며 '고백', '레인'(Rain),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주문을 걸어'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혜경은 "난 럭키한 사람"이라며 "어릴 때는 활동하면서 불만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행운이 있었다. 지금은 광고 음악으로 가수가 히트해서 알려지는 일이 별로 없는데 이전에는 광고 음악으로 뜬 가수들이 많았다. 난 발표한 노래 중 38곡이 광고 음악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또 "TV 활동이 없었고 앨범도 반응이 많지 않았는데도 광고 음악 삽입으로 인해 주목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노래를 중학교 때부터 들었던 분들이 있다. 이 노래를 저 사람이 불렀구나 싶을 것"이라고 했다.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박혜경은 성대 수술과 소송 등으로 4년여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박혜경은 "4년 정도 활동을 못했다. 태어나서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충격적인 4년을 보냈다. 성인이 돼서 받은 가장 큰 충격이었다"며 "노래도 못하고 말도 못했다. 소송을 오래 해서 돈도 없었고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절망이었다"고 털어놨다.
박혜경은 힘든 시간을 보내다 지난해 5월 JTBC 예능프로그램 '슈가맨'에 출연해 다시 주목받았다. 그는 "'슈가맨' 이후에 응원이 쏟아졌고 수천 개의 댓글 중에 단 하나도 나쁜 것이 없었다. 캡쳐해서 매일 읽었다. 그 이후로 노래를 해야겠다는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4가지 맛' 프로젝트는 20주년을 맞은 박혜경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그 첫 번째는 '달콤한 맛'으로 오는 10일 발표하는 '너드 걸'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주목받고 있는 신스팝 듀오 롱디가 작업에 참여했다.
'너드 걸'은 다듬어지지 않은 듯 보이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깊이 빠져있는 너드(Nerd)들을 위한 주제가다.
박혜경은 "내 목소리가 원래 허스키하고 탁성이기도 하다. 독특하고 색깔이 뚜렷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이번 곡에도 허스키한 매력을 없애지 않으려 했다. 내 목소리를 꾸미는 것을 정말 싫어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위에 이 노래를 들려줬더니 '정말 요즘 노래 같다'는 반응을 해주셨다"라며 "이번 신곡이 내겐 도전과도 같다. 후배인 인디 뮤지션 롱디에게도 레슨을 받으며 특유의 느낌과 그루브를 많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노래를 할 수 없었던 박혜경은 플로리스트 활동도 하고 향수를 만들기도 했다. 다른 걸 해서라도 살아야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돌아왔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눈물 날 정도로 행복하다"는 박혜경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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