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팀 창단 첫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나온 광주FC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광주는 포르투갈 알가르베 지방의 포르티망에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포르티망은 지중해의 서쪽 끝 지점이면서 대서양이 시작되는 곳이다. 온난 해양성 기후에 2월 평균 기온이 15℃로 훈련하기에도 좋은 조건이다. 오렌지 나무가 많이 심겨 있는, 꿈을 익혀내기에 최적인 곳이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남부 지역은 유럽 팀들이 전지훈련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알가르베 내의 포르티망이나 파루 등 주요 도시에는 광주를 비롯한 유럽 팀들이 단, 중기로 훈련 캠프를 차려 놓고 있다. 잉글랜드, 독일 등의 경우 추위를 피해 경기를 치르고 캠프로 왔다가 경기가 임박해 다시 돌아가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16일(이하 한국시간) 포르티망에 입성해 한 차례 숙소를 이동하며 훈련하고 있는 광주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체격 조건이 좋고 힘이 넘치는 유럽팀과 경기를 하며 내성을 키우고 있다.
포르티망에 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광주는 팀 창단 후 중국 쿤밍, 일본 시즈오카 등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당연히 구단을 지원하는 광주광역시 측에서는 멀리 가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현했다. 막연히 유럽이라면 비쌀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항공 비용이 조금 더 들 뿐, 식비 등 체류비는 일본, 포르투갈 모두 큰 차이가 없다. 몇몇 구단에게는 국내 정세 불안으로 인기 전지훈련지에서 멀어지고 있는 터키 안탈리아의 경우 3주 체류 기준으로 8천~9천만원(항공료 제외)이면 가능한 견적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내 3주 훈련 비용보다 더 적은 비용이다.
결국, 시간이 걸렸지만, 포르투갈 전지훈련이 확정됐다.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가장 원했던 남기일 감독도 대만족이다. 그는 "3년 전에 개인적으로 포르투갈에 처음 왔었다. 이런 곳에서 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내 축구장도 팀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언제든지 쓰겠다고 하면 문을 열어준다"라며 좋아했다.
무엇보다 연습경기 상대가 만족스럽다. 광주는 국내 전지훈련에서 실업팀은 물론 대학팀 섭외에도 애를 먹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상대의 수준이 다소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포르티망은 전혀 다른 환경이다. 줄을 잇는 상대팀 경기 제안을 정리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라이프치히와의 만남도 가능했지만 광주가 처음 포르투갈에 왔고 지난해 성적을 본 뒤 수준 차이가 있을 것 같다면서 딴지를 놓았다고 한다.
그래도 만날 팀은 잘 만나고 있다. 무려 13번의 연습 경기가 가능했지만 줄이고 줄여서 7경기로 정리했다. 오스트리아 빈(오스트리아, 1-2 패), 데브레첸(헝가리, 2-1승) 등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또는 유로파리그 단골 출전팀들과 만났다. 두 경기 모두 2년차 공격수 조주영이 골맛을 봤다.
광주 관계자는 "여기서는 연습 경기 상대팀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로 많다. 했던 팀이 다시 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중소리그 명문 팀과 언제 싸워 보나 싶다"라며 선수들이 유럽 팀과의 경험을 통해 소득이 있기를 기원했다.
지난 3일에는 포르티망에서 1시간 10분 거리의 스페인 레페까지 가서 샴록 로버스(아일랜드)와 경기를 치렀다.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신인 이중서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1-2로 역전패했다. 이동 시간이 길었지만, 상대를 생각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인들이 먼저 나서서 체격 좋고 터프한 샴록의 경기 스타일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남 감독은 "대학에서 온 신인들도 그렇고 유럽 선수들과 만나는 경험이 적으니 당황하더라. 자신들이 배웠던 모든 것을 동원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했을 것이다. 경기 후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 만약 우리 팬들이 이 경기를 봤다면 버스를 가로막았을지도 모른다"라며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래도 이런 팀과 싸워 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계속 해봐야 안다"라고 전했다.
광주는 4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단골 진출팀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만난다. 7일에는 포르투갈 최고 명문 벤피카 B팀(2군)과 전지훈련 연습경기 최종전을 치른 뒤 9일 귀국길에 오른다. 하나라도 더 얻겠다는 광주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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