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중심타선을 이뤘던 주전 3루수와 좌익수를 2년 사이에 모두 잃었다. 삼성 라이온즈 얘기다.
삼성 유니폼을 벗고 팀을 옮긴 두 선수는 모두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타선의 핵심 자원이다. 삼성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박석민을 NC 다이노스로,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최형우를 KIA 타이거즈로 각각 보냈다.
박석민, 최형우 모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정든 삼성 유니폼을 벗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FA 시장에서 역대 최고 몸값을 잇따라 기록했다. 박석민이 지난해 96억원의 역대 최고액을 계약을 했고, 최형우가 이번에 100억원 시대를 열며 새 기록을 썼다,
KBO리그에서 FA 제도가 처음 시작된 1999년 이후 삼성은 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했다. FA시장에서 '대어'급으로 꼽히던 선수에게 삼성은 손을 내미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삼성은 검증된 FA를 싹쓸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구팬들로부터는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고 '돈성'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그럼에도 삼성은 숙원이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FA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제는 모두 지나간 옛일이 돼버렸다. 꾸준한 투자와 선수 육성으로 2011~2015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통합우승 4연패를 이뤄 왕조를 구가했던 삼성이지만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바뀌는 등 구단 여건이 달라지면서 최근 행보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물론 지갑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장원삼, 윤성환(이상 투수) 조동찬(내야수) 등 내부 FA를 잔류시켰고 이번에는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이원석(내야수)을 데려와 오랜만에 외부 FA를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 단속이나 데려온 선수보다 두 시즌 동안 내보낸 자원이 삼성 입장에서는 아쉽다. 4번타자 최형우까지 떠나 내년에는 더욱 헐거워진 타선으로 시즌을 치러야 할 판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국과 일본 통산 600홈런 대기록을 갖고 있는 이승엽이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내년에도 제몫을 해준다고 해도 타선의 짜임새가 허전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원석을 비롯해 조동찬, 구자욱 등 기존 타자들이 두자릿수 홈런이 가능한 자원들이지만 박석민, 최형우의 무게감과는 차이가 한참 크다.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대형 외국인타자 영입이다. 팀 사정상 중장거리형보다는 홈런을 펑펑 쳐낼 수 있는 거포형 타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올 시즌 아롤 발리디스의 실패 사례처럼 외국인타자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류중일 전 감독에 이어 팀 지휘봉을 넘겨받은 김한수 신임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호(전 시애틀) 김주찬(KIA) 홍성흔(은퇴)을 차례대로 모두 놓치며 타선이 약해졌던 롯데 자이언츠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롯데는 2012시즌 종료 후 FA가 된 김주찬, 홍성흔을 붙잡지 못했다. 당시 외부 영입도 마땅치 않아 공격력에서 전력 보강은 거의 없었다. 기존 선수들로만 타선을 꾸리다보니 4번타자와 리드오프 자리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시즌 내내 롯데의 발목을 붙잡았다.
롯데는 2013시즌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마운드의 힘으로 그나마 선전해 66승 4무 58패를 기록, 5할 승률을 넘겼지만 5위에 그쳤다.(당시 KBO리그는 9개팀으로 운영됐다) 허약해진 타선과 함께 하락세를 탄 롯데는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김한수 감독 앞에 주어진 우선 과제는 약해진 중심 타선을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9위까지 떨어지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이 최형우를 내주며 다시 한 번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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