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더블 세터 시스템을 적용한 건 아니다. 그러나 한 코트에 한 팀 세터 두 명이 함께 나왔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맞대결이 열린 20일 수원체육관을 찾은 배구팬들은 색다른 장면을 지켜봤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주전 세터 염혜선의 휴식시간을 보조하는 세터 이다영이 갖고 있는 장점을 눈여겨 봤다. 볼 배급을 하는 세터 역할이 아닌, 직접 해결하는 공격수로서의 자질을 봤다.
이다영은 신장 179cm로 현대건설 주전 라이트 황연주(178cm)보다 좀 더 키가 크다. 같은 왼손잡이인데다 세터로서 갖고 있는 블로킹 능력도 떨어지지 않는다.
양 감독은 이다영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 오프시즌 때 공격 연습도 주문한 것이다. 2016-17시즌 개막에 앞서 지난 9월 청주에서 열린 2016 청주 ·KOVO(한국배구연맹)컵 프로배구 대회에서는 세터가 아닌 라이트 이다영 카드를 꺼낸 적이 있다.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20일 흥국생명과 경기는 달랐다.
2세트 5-8로 현대건설이 끌려가고 있던 상황, 양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황연주를 세터 염혜선으로 바꿨다. 이다영과 염혜선이 함께 코트에 섰다. 세터 두 명이 한 코트에서 뛰는 장면이 나왔다.
이다영도 세터로 뛰는 동안 서브와 블로킹을 제외하고 공격 득점을 올린 적이 있다. 패스 페인팅이나 2단 연결된 공을 그대로 스파이크로 처리한 경우다. 하지만 이날 흥국생명전 2세트 상황은 달랐다.
이다영은 염혜선이 코트에 나온 뒤 바로 라이트 역할을 맡았다. 5-9 상황에서 곧바로 첫 공격을 시도했다. 비록 흥국생명에서 뛰고 있는 친언니 이재영의 가로막기에 막혔지만 염혜선이 보낸 패스를 퀵오픈으로 연결하는 장면은 배구팬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이다영은 세트 후반 당일 첫 공격 득점을 올렸다. 15-20으로 뒤진 상황에서 염혜선이 올린 볼에 후위 공격을 시도했고 블록아웃으로 연결, 전광판 숫자는 16으로 바뀌었다. 이다영은 이어 추가 득점에도 성공했다. 이번에도 후위 공격이 점수로 연결됐다.
양 감독은 3세트에서는 황연주가 아닌 이다영을 선발 라이트로 기용했다. 양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이다영의 라이트 기용에 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이)다영이가 갖고 있는 장점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봤다"며 "다영이는 처음에는 세터로만 뛰고 싶다고 했지만 멀티포지션 소화 능력도 프로 무대에서는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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