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2등은 1년 내내 잘하다 마지막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 것. 그 때 야구가 잔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또 하나의 준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4번째 한국시리즈 도전에서도 결과는 우승이 아닌 준우승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는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8로 완패를 당했다. 그렇게 NC는 4전 전패로 두산에 우승컵을 내주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4경기 총 2득점에 그친 역대 한국시리즈 최악의 빈공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두산 사령탑을 맡고 있던 2005년(4패)을 시작으로 2007년(2승4패), 2008년(1승4패), 그리고 NC를 이끈 올 시즌(4패)까지 김경문 감독은 4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정상을 상대에게 내줬다. 한국시리즈 총 전적은 3승16패로 승률 1할5푼8리. KBO리그 손에 꼽히는 명장 칭호를 얻고 있는 김 감독이지만, 한국시리즈와는 지독하게도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간절했던 우승이었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도 김 감독은 "간절하긴 내가 많이 간절하다"며 "야구가 2등이 다 잘못된 것은 아닌데, 2등을 하고 나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 이번에는 2등 타이틀을 벗겨보고 싶다"고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승 트로피는 김 감독을 비껴갔다. 특히 NC는 4경기 내내 답답한 공격 흐름을 보이며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득점(4경기 2득점) 신기록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2등의 잔인함은 더욱 아프게 김 감독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잔인함은 때론 눈물을 부른다. 잔인함의 대척점에 서 있는 1등의 눈물. 스승을 꺾고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위업을 세운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며 "무거운 마음도 든다. 김경문 감독님 생각이 좀 나네"라며 "작년 우승과는 또 다른 기분"이라고 말했다. 2등에만 머물고 있는 스승의 아쉬움을 김태형 감독은 잘 알고 있었다.
패색이 짙어가던 4차전, 8회까지 0-4로 뒤지며 스코어가 좁혀질 줄 모르자 김경문 감독은 다음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9회초 장현식을 마운드에 올린 것. 장현식은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볼넷만 5개를 내주며 무너졌던 투수다. 그에게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 경험을 제공해 성장의 발판을 삼게 하는, 미래를 내다본 용병술이었다.
장현식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0.2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미 경기가 기운 가운데 쐐기점을 허용했지만 장현식에게는 기억에 남을 만한 등판이었다.
두산의 우승이 확정된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는 뜻대로 안나왔다"며 "감독이 부족한 것 같다. 다시 잘 만들어서 도전하도록 하겠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취재진을 향해 나지막히 "너무 빨리 끝내 미안하다"며 인사를 하는 김경문 감독의 뒷모습에서는 끝내 2등에 머문 명장의 안타까움이 먼저 느껴졌다. 그리고 '영원한 2등은 없다'는 희망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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