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욕설과 흡연 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얼굴엔 상처가 아물 날이 없고, 미소가 스밀 틈도 없다.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민호가 배우 최민호의 이름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에서 최민호는 오토바이와 휴대폰 등을 훔쳐 팔아넘기며 간신히 생활을 이어가는 가출 청소년 진일로 분했다.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몸짓으로 세계 팬들을 호령하는 민호가 아닌, 당장 오늘 잘 곳을 걱정해야 하는 가출 청소년 진일의 모습으로 부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6일 올해 영화제의 개막식에서 '두 남자'의 주연 배우로 당당히 레드카펫을 밟았던 최민호는 그룹 샤이니의 컴백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같은 날 밤 서울로 향했다. 하지만 숨 막히게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두 남자'의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하겠다는 마음으로 5일 만에 다시 부산에 내려왔다. 첫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마친 최민호를 지난 11일 밤 부산 해운대의 숙소에서 만났다.
'두 남자'는 거리로 내몰린 10대 아이들, 그리고 이들과 엮이게 된 노래방 사장 형석(마동석 분)의 이야기다. 영화는 오랫동안 함께 '가출팸'으로 서로를 보살펴 온 진일(최민호 분)과 봉길(이유진 분), 가영(정다은 분), 민경(백수민 분)이 '조건 만남'을 빌미로 사기를 치려다 되려 곤경을 겪으며 시작된다. 진일은 여자친구인 가영이 형석의 노래방에서 강제로 일하게 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행동들을 이어간다.
최근작인 영화 '계춘할망'은 물론 다수의 드라마로도 관객을 만났던 최민호지만, 이번 영화에선 그 어떤 연기 작품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이미지를 그렸다. 큰 키와 맑은 눈망울, 흰 피부 등 근사하게만 보이는 외모를 지녔지만 스크린에선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최민호는 이번 영화를 위해 담배를 물었고, 욕설을 내뱉었고, 거친 액션을 연기했다.
"시나리오 속 진일은 제가 지니고 있지 않은 모습을 가진 캐릭터라 어떻게 표현될지 두렵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제가 가지고 있는 것과 캐릭터가 가진 것이 조금이라도 겹쳤다면 연기할 때도 조금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했을텐데 진일 역은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웠고, 달랐거든요. 그런 것들에 덜컥 겁이 났죠. 하지만 그런 다름이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날 진행됐던 관객과의 대화에서 '두 남자'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던 때를 떠올리며 "겁이 났지만 해보고 싶었다"고 알렸던 최민호는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도 "'두 남자'는 이제까지 출연했던 작품들 중에서도 해보고 싶은 충동이 가장 컸다"며 "무리해서 회사에 출연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기도 했고, 결국 승낙을 받았다"고 답했다.
"아마 팬 분들은 많이 놀랐을 것도 같아요. 욕을 하는 장면도 있고, 담배도 피우고, 사람을 때리기도 하고, 많이 맞기도 하니까요. 이제껏 제가 하지 않았던 것을 다 보여주는 그런 캐릭터였어요. 일탈의 선을 넘어서 그 끝을 보여준 것 같아요. 사실 어릴 때를 떠올려 어떤 일탈을 했었는지를 생각해봤더니, '학원에 안 간 것' 정도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더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이런 연기를 할 때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함을 자아낸 작품이었죠. 뭔가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영화 속 진일은 거친 세계에서 매번 아슬아슬한 상황의 중심으로 내몰리고, 범법 행위로 생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을 위해 수 차례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 인물로도 읽힌다. 친구를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쓰거나 여자친구를 구하려 몸을 던지는 행위들도 마찬가지다.
"책임감이 큰 인물이라는 점에선 진일에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물론 진일의 행동들 중 제 성격이라면 하지 못했을 일들도 많지만, 캐릭터로서 진일을 연기해보니 '나에게 이런 부분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됐어요. 어느 작품을 하든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특히 더 많은 것을 느낀 것 같아요."
현장의 이성태 감독은 최민호로 하여금 진일 역을 보다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운 사람이었다. 최민호는 "진일에게 다가가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다"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된 면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감독님께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막상 현장에선 '민호가 알아서 하라'고 하신 적이 많지만, 그건 책임감이 없는 답이 아닌, '너를 믿는다'는 뜻이 내포된 대답이었죠. 연기를 하고 '이런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하면 '맞는 것 같아'라고 하신 뒤 '그에 더해 이런 것이 더 들어가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해주시는 식이었어요. 그런 소통이 잘 된 덕에, 배우의 목소리나 표정의 떨림 뿐 아니라 주변 공기의 흐름까지 카메라에 잘 담긴 것 같아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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