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은 자존심이 강하다. 타석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 만큼이나 승부욕도 누구보다 강하다.
그런 그가 최근 들어 가을이면 고개를 푹 숙이는 일이 많아졌다. 소속팀 롯데가 4시즌 연속으로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올 시즌 부침이 있었다. 부상도 있었지만 시즌 초반 타격감이 들쭉날쭉했다. 롯데뿐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출중한 타격실력을 자랑하지만 5, 6월 월간 타율은 2할대 중반에 머물렀다.
그래도 손아섭은 타율 3할을 어렵지 않게 넘겼다. 시즌 최종 성적은 144경기 전경기 출장해 타율 3할2푼3리(575타수 186안타) 16홈런 42도루 81타점을 기록했다. 7시즌 연속 3할 타율 달성에 성공했다.
안타, 도루, 타점에서는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역시 손아섭'이라는 평가를 들을 법한 개인 성적이다. 홈런 4개만 더했다면 팀 동료 황재균과 함께 '20-20(20홈런 20도루 이상)' 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아섭은 스스로 "실패한 시즌"이라고 단언한다. 개인 성적이 아닌 팀 성적 때문이다. 그는 "앞서 3시즌도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만큼 아쉬운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고 했다.
조원우 감독이 이번 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손아섭을 비롯해 주장 강민호 등 선수들은 '반드시 가을야구에 다시 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손아섭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정말 많은 준비를 했고 주전과 비주전을 떠나 동료들 모두 열심히 운동을 했다"며 "노력을 다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많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개인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만 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다음에는 정말 팬들도 그렇고 선수들 모두가 바라는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 정말 아쉽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위로 제자리를 지켰다. 내년에도 하위권에 머문다면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팀이 기록한 4시즌 연속 최하위(8위)에 버금가는 침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 손아섭 개인에게도 내년은 중요하다. 그는 내년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시즌을 끝낸 손아섭은 일단 휴식을 취한다. 지난 2013년(128경기) 이후 두 번째로 시즌 전경기 출장을 기록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는 맞다. 하지만 휴식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롯데 선수단은 곧 마무리훈련에 들어간다.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달 말 일본으로 가 마무리 캠프를 차릴 예정이다. 후회와 아쉬움을 곱씹는 시간이 길어져서는 안된다.스파이끈을 다시 바짝 조이고 새출발을 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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