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카타르가 (이전 두 경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울리 슈틸리케(62)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3차전을 하루 앞둔 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변수'를 지적했다.
카타르는 지난달 25일 호세 다니엘 카레노 감독을 경질하고 우루과이 출신으로 2007~2008 카타르 대표팀을 맡았던 적이 있는 호르헤 포사티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포사티 감독은 2011년 알 사드를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인물이다.
포사티 감독은 실리축구를 잘 구사한다. 알 사드 우승을 이끌 당시 상대팀들과의 한 골 승부에 능했다. 팀이 위기에 몰리면 끈끈한 수비를 보여주면서 상대를 괴롭히고 자극하는 전술로 성과를 냈다.
2011년 10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알 사드-수원 삼성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세이두 케이타와 마마두 니앙이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골을 넣은 뒤 안하무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등 심리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알사드가 2-0으로 이겼지만, 비난 여론은 상당했다.
그렇지 않아도 툭하면 '침대 축구'를 구사하는 중동 클럽, 그 중에서도 대명사격인 카타르 팀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팬들에게는 더욱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북 현대와의 결승전에서는 전주월드컵구장 4만 대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 축구를 구사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간 뒤 승부차기에서 이기며 우승을 차지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포사티 감독이 이번 한국과의 경기에 들고나올 전술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포사티 감독도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카타르도 어렵겠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카타르 선수들의 노력과 훈련 등 준비 과정이 잘 됐다고 믿는다"라며 엄포를 놓았다.
사실상 한국의 조바심을 유도하며 물고 늘어지겠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카타르는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1~2차전에서 나름대로 패싱 축구를 했다. 원톱 세바스티안 수리아를 중심으로 좌우의 아크람 아피프, 하산 칼리드가 역습을 시도했고 좌우 윙백 호드리고 바르보사 타바타, 압델카림이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한국전은 이전 두 경기와는 다른 양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좀 더 수비적으로 내려서면서 스피드를 활용해 한국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에 한국이 말려 실점한다면 더욱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이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게감이 생긴 공격진이다. 특히 50번째 A매치에 나설 예정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돌파력에 기대가 크다. 손흥민은 2013년 3월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전에서 후반 36분 교체 투입돼 종료 직전 골을 넣은 경험이 있다. 측면에서 흔드는 능력이 좋아 카타르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손흥민의 회복력이다. 맨체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치르자마자 귀국길에 올라 장거리 이동으로 피곤하지만 9월 내내 좋았던 흐름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욕구로 가득 차 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손흥민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흥민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포사티가 (손흥민에 대해) 맨투맨 수비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손흥민이나 많은 선수가 카타르 수비진을 괴롭히면서 적극적으로 붙어줘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손흥민이 뛰는 시간이 많아지면 곤란한 쪽은 카타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6일 만 24세 90일의 나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선수로는 박지성, 기성용에 이어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A매치 50경기 출전 기록이다. 지난 2010년 12월 만 18세의 나이로 시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를 한 이후 5년 10개월 만에 50번째 A매치를 치르게 된다. 박지성은 23세 349일, 기성용은 24세 13일째에 A매치 50번째 경기를 치렀다.
수비 가담이 적은 이기적인 공격수라는 손흥민에 대한 편견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확실히 털어내고 있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원톱으로 나서 상대 골키퍼를 강하게 압박하고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와 적극 수비에 가담하는 등 조직력을 앞세운 축구에 헌신적으로 기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에서도 이런 장면을 중국전에서 보여준 바 있다. 조직에 녹아들면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기량을 발돋움한 손흥민을 처음 만나는 포사티 감독이 제대로 혼이 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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