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꿈의 경기'가 펼쳐졌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팀 중 유일하게 2016 KEB 하나은행 FA컵 8강에 오른 부천FC 1995가 전북 현대와 만난 것이다.
부천은 2006년 부천SK가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해 제주 유나이티드가 된 뒤 2007년 12월 팬들의 힘으로 모아 창단된 팀이다. 4부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로 시작해 2013년 챌린지로 진출했다. 그해 1월 아픔을 안기고 떠났던 제주와 연습 경기로 챌린지 팀의 출발을 알렸다.
팬들은 구단을 지키기 위해 자원봉사로 버텼다. 많지 않지만 부천시 주요 기업과 동네 식당 등을 공략하며 후원금을 받아 구단의 살림살이에 보탰다. 궁극적인 목표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클래식 승격이기에 긴 호흡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올 시즌 부천은 챌린지에서 승점 33점으로 승강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를 기록 중이다. 클래식 직행이 가능한 1위 안산 무궁화(42점)에 9점 차이다. 최근 3연패를 하는 바람에 순위가 올라가지 않은 것이 흠이지만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아 여전히 '다크호스'로 꼽힌다.
FA컵은 꿈의 무대였다. 최선을 다하면 클래식 팀과 겨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송선호 감독은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상대적으로 약팀이기 때문에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도 빠른 역습으로 흔들겠다는 각오였다.
팀 창단 후 지난해 32강에서 처음으로 클래식 팀인 인천 유나이티드를 만나 0-2로 패하며 현실을 확인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예선을 통과한 뒤 32강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 경기로 만나 2-0으로 승리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16강에서 경주시민축구단(챌린저스리그)에 3-1로 이기며 8강에 오른 뒤 전북과 8강전을 치르게 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진 부천이었다. 전북은 올해 클래식 19경기 무패(10승 9무)를 달리고 있었다.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장쑤 쑤닝(중국)과 빈즈엉(베트남)에게 패한 것이 전부였다. 국내 팀들이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보였다.
하지만 부천은 담대했다. 챌린지 20경기 13실점으로 수비가 강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강하게 부딪히며 승리를 만들었고 챌린지 팀 최초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경기 막판 바그닝요 등 외국인 선수들의 시간 지연 행위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부천 처지에서 본다면 약자의 승리 전략이었다.
부천SK 시절인 2005년 6월 26일 이후 11년여 만의 전주 원정 응원을 떠난 부천 서포터스 '헤르메스'에게는 감격이었다. 일부는 눈물을 쏟으며 부천 응원가의 상징인 "그대들과 함께라면 우리는 두렵지 않아"를 열창했다.
송선호 부천 감독은 "상대가 전북이었지만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했다. 경기 전 선수들에게 자신 있게 해보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FA컵 돌풍을 쉽게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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