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명감독들의 박스세트 출시가 활발한데, 특히 펠리니는 <길> 외에는 제대로 소개된 작품이 없어 출시가 더욱 반갑다.
<페데리코 펠리니 Retrospective Collection Vol. 1>에 포함된 작품은 <8 1/2> <사기꾼들> <영혼의 줄리에타>와 다큐멘터리 <펠리니의 자화상>의 4편이다.
<8 1/2>은 <달콤한 인생>과 함께, 펠리니의 이름을 영화사에 높이 새긴 걸작이다.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 <무방비 도시> <전화의 건너편> 등의 각본을 쓰는 것으로 영화 인생을 시작했던 펠리니는, 감독 데뷔 후에도 네오 리얼리즘 전통을 이어갔다.
그러나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길>이후에는, 보다 개인적인 환상 세계로 옮겨갔다. 제목을 전세계 유행어로 만들었던 <달콤한 인생>의 성공 이후, 영화 감독의 내면을 그린 자전적 영화 <8 1/2>을 내놓았다.

중년의 영화 감독 귀도(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는 지친 심신 치료 차 온천장을 찾는다. 그는 대규모 SF 영화를 만들 계획이지만 제작자나 배우, 기자들에게 차기작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시달리면서 귀도는 끊임없이 유년의 기억과 죽은 부모를 만난다.
자신의 영화에 출연할 정부(산드라 밀로)에 이어, 귀도를 믿지 못하는 아내(아누크 에메)가 찾아와, 귀도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귀도는 자신을 스쳐간 여성들 위에 군림하는 환상에 빠지는가 하면, 구원의 여인(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을 꿈꾸기도 한다.
영화 감독의 창작 고민을 그린 영화는 무수히 많다. 펠리니의 <8 1/2>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창조력 결핍이라는 개인 딜레마 속에서 마술과 같은 창의력 넘치는 영화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8 1/2>은 현실인지 꿈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 힘들만큼, 자주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와 인물을 겹쳐놓는다.
마치 정신분석의의 소파에 앉아 길고 혼란스러운 내면 고백을 하는 것 같다. 3명의 작가와 시나리오를 썼던 펠리니는 자전적 영화로만 보는 것을 거부했지만, 유니크한 자기 분석 영화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길고, 다소 난해한 탓에 <8 1/2>의 스페셜피처는 영화에 대한 심층 해설로 디스크 두 장을 빼꼭 채웠다. 먼저 정성일씨의 코멘터리가 눈에 띈다. 외국 영화에 대한 국내 평론가의 코멘터리로는 최초의 것이라, 그 시도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유의 어조로 쉬지 않고 해설하는 정성일씨의 열정이 감탄스러운데, 일반 관객에겐 쉽지 않은 내용이고, 여백이 전혀 없어 관객의 상상력을 차단하는 면도 있다. 정성일씨는 펠리니와 수록 작품에 대한 해설서 ‘페데리코 펠리니 Booklet by 정성일’까지 집필했다.
펠리니에게서 영화를 배웠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설명, 펠리니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영감을 준 장소와 사람들을 찾아 다니는 다큐 <펠리니의 노트북>도 유용한 정보로 가득차 있다. 펠리니와 30년을 작업한 영화 음악 작곡가 니노 로타에 대한 50분 분량의 다큐 <니노 로타>는 의외의 선물이다.
<8 1/2>을 촬영한 지아니 디 베난조의 업적을 설명하는 촬영 감독 비토리오 스트라로, 펠리니의 조감독이었던 이탈리아 여성 감독 리나 베르트 뮬러, 펠리니와의 17년 사랑을 회고하는 여배우 산드라 밀로의 인터뷰도 흥미진진하다. 1963년도 작품임을 감안하면 화질과 음질은 최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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