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을 거치며 살인마의 전설로 등극한 한니발 렉터는 가해자와 협력자의 경계에서 공포와 죄의식을 자극해 왔다. 그리고 이제 ‘한니발 삼부작’의 시작 혹은 완성인 <레드 드래곤>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소름끼치는 만남이 시작된다.
화면 가득 두개골이 갈라지고 뇌수가 배어져 나오는 장면이 클로즈업된다. 순간 온 몸에 흐르는 전율을 느낀다면 그것은 공포일까, 쾌감일까? 희생자와 살인마 중 우리가 공명하는 것은 어느 쪽일까? 오케스트라 단원이 실종된다.
며칠 뒤 한니발 렉터 박사의 만찬에 초대된 단원들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박사에게 묻는다. “이 맛있어 보이는 요리의 정체는 뭐죠?” “글쎄요, 아신다면 절대 드시지 않을 겁니다.” 순간 이미 한니발의 정체를 알고 있는 관객들의 뇌리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이윽고 우아하게 고기를 썰어 입에 넣는 여인. 이 때 우리의 등골에서 번져 가는 이 전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한니발 렉터를 감옥에 넣은 장본인 FBI 요원 그레험은 은퇴 후 은둔한다. 하지만, 일가족을 잔인하게 몰살하는 연쇄 살인이 시작되면서 복귀한 그는 범죄 해결에 조언을 얻기 위해 감옥에 갇힌 한니발을 찾게 된다.
<레드 드래곤>은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에 이어지는 ‘한니발 삼부작’의 시작인 동시에 완성인 영화다.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로는 시작이지만 영화로는 마지막인 이 작품은 탄탄한 드라마와 긴장이 넘치는 스릴러를 선보인다.
사실 ‘레드 드래곤’은 1984년 마이클 만에 의해 이미 <맨헌터>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돼 호평 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맨헌터>가 좀더 독립적인 영화로서 내부에 숨겨진 살인에의 은밀한 욕망과 죄의식에 괴로워하는 그레험의 내면에 집중한다면 <레드 드래곤>은 전작들에서 완성된 한니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의 기원으로 거슬러 간다. 동시에 <양들의 침묵>과의 연결 고리를 만듦으로써 시리즈의 완성을 꾀한다.
2.35대 1의 화면비와 dts 및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DVD는 화질과 사운드, 스페셜피처 모두 부족함이 없다. 영화의 성격상 어두운 화면이 많지만 뭉겨지는 부분 없이 선명한 화질을 선보인다. 마이클 만의 촬영감독이자 <맨헌터> 역시 촬영했던 단테 스피노티는 붉은 톤을 기본으로 긴장과 신비감 넘치는 영화의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과 공포를 자극하는 대니 앨프만 특유의 음악은 물론 한니발과 마주한 그레엄이 내쉬는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섬세한 사운드도 뛰어나다.
별도의 디스크를 꽉 채운 방대한 스페셜피처 역시 놓칠 수 없다. 메이킹 다큐멘터리, 물론 살인마 돌로하이드가 희생자들의 눈에 박아 넣은 유리조각 같은 영화 속 특수 분장에 대한 설명, 실제 FBI 프로 파일러의 인터뷰, 감독의 음성해설을 지원하는 삭제 장면 및 다른 버전 등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말 그대로 ‘스페셜’한 피처들로 가득하다.
특히, ‘렉터와 나’를 보면 안소니 홉킨스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 칭하며 대사를 무려 250번이나 소리내 읽었다고 말한다. 영화 속 한니발도 무섭지만 배우 안소니 홉킨스의 광기 역시 전율을 일으키기는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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