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형님들의 투쟁력과 정신력을 앞세운 놀라운 플레이는 평소 무덤덤한 '애어른' 권창훈(수원 삼성)마저 울컥하게 했다.
수원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FC서울과의 올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에서 1-1로 비겼다.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36분 곽희주의 헤딩 동점골로 무승부를 만들며 승점 1점을 가져왔다.
이날 선발 명단에서 빠진 권창훈은 후반 30분 공격수 조동건을 대신해 투입됐다. 권창훈은 지난달 29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발목을 다쳐 재활에 집중하다 지난 15일 전북 현대와의 원정 경기 후반에 교체 출전했다.
슈퍼매치라는 라이벌전 특수성이 있는 경기여서 수원 전력의 핵심인 권창훈은 선발 출전이 예상됐지만 플랫3를 가동한 서정원 감독의 전략에 따라 후반에 교체로 등장했다.
권창훈이 투입된 뒤 수원의 공격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프리킥 기회가 만들어졌고 염기훈이 시도한 킥이 곽희주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권창훈은 "매일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씩은 지나야 한다"라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몸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4만7천899명의 많은 관중이 입장했다. 수원 원정 응원팬도 5천명이 넘었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였다. 그는 "근래 치렀던 슈퍼매치 중 가장 뜨거운 분위기였다. 서울도 우리를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라며 라이벌전의 승리욕이 만든 뜨거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먼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권창훈은 형님들의 정신력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정수는 전반부터 수비라인을 지휘했고 곽희주는 후반 21분에 먼저 교체로 투입돼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정수는 후반 29분 아드리아노와 볼을 경합하던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내주는 파울을 범했지만, 이전까지 서울 간판 공격수 데얀을 꽁꽁 묶는 등 베테랑다운 수비력을 보여줬다. 투혼의 대명사 곽희주는 쉼 없이 떠들며 지쳐가는 후배들을 일깨우기도 했다.
권창훈은 "일단 형님들이 투혼을 발휘했다. 솔선수범해 움직여줬다. 자연스럽게 후배들이나 어린 선수들이 미쳐서 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오늘 형님들의 움직임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선배들의 이기겠다는 의지에 서정원 감독의 퇴장 불사 항의까지, 수원 입장에서는 팀을 뭉치게 하는 일들이 쏟아진 슈퍼매치였다. 권창훈은 "정말 열심히 뛸 수밖에 없었다. (서정원 감독의 퇴장은) 남은 경기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효과로 이어질 것 같다. (슈퍼매치가)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교체 투입 전까지 벤치에서 경기 흐름을 읽으며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보탬이 되고 싶었다. 앞으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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