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6회…경기 중반 또 빛난 두산 '몰아치기'

[김형태기자] 올 시즌 두산 베어스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찬스에서의 무서운 집중력이다. 경기 내내 답답한 공격으로 일관하다가도 한 번의 기회에서 필요한 점수를 무 뽑듯 쑥쑥 뽑는다. 필요한 이닝에서 얻은 대량득점을 바탕으로 경기를 승리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추적추적 쏟아지는 빗속에서 두산은 경기 중반까지 KIA에 끌려갔다. 상대 선발 임준혁의 호투에 기세가 눌려 5회까지 1-2로 뒤졌다. 설강가상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는 초반부터 밸런스 유지에 애를 먹으면서 제 공을 던지지 못하던 터였다.

그러나 덕아웃의 속을 태우던 두산 타선은 6회초 공격이 시작하자 갑자기 돌변했다. 선두 민병헌이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힘있는 다음 타자 김재환이 중전안타로 민병헌을 불러들여 동점을 만들자 후속 타자들의 부담도 몰라보게 완화됐다.

에반스가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된 후 왼손타자 오재원은 우전안타로 1사 1,3루. 다음 타자 허경민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전 역전 적시타를 쳐냈고, 1사 1,2루에선 침묵하던 박세혁도 우중간 2루타로 오재원과 허경민 두 명의 득점을 인도했다. 다음 타자인 김재호와 박건우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6회 들어선 첫 6타자 중 5명이 모두 안타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4점을 얻은 것.

6회초가 끝나자 경기는 5-2 두산이 넉넉하게 앞선 점수로 바뀌었다. 올 시즌 두산은 상하위 구분 없이 안타를 몰아치며 각팀들의 경계대상 1호다. 특히 3번 민병헌부터 시작하는 중심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날 6회 반격도 민병헌의 2루타가 발단이 돼 4번 김재환을 거쳐 8번 박세혁까지 이어졌다.

전날까지 팀득점 394로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린 두산은 경기 중반인 4∼6회에도 143득점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6회 팀타율이 정확히 3할이다.

이날도 '약속의 6회'를 발판삼아 경기를 뒤집은 두산은 결국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연승행진을 3경기로 늘렸다. 어떤 상황에서든 얕볼 수 없는 두산 타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