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떴네 떴어, 홈런 2개로." 지난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맞대결은 우천 취소됐다.
경기 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양 팀 선수들은 배트와 글러브 등 장비를 챙긴 뒤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한 선수는 그대로 남아 방송 중계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주인공은 넥센 외야수 임병욱이었다. 이 장면을 본 염경엽 넥센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염 감독은 "경기에서 제몫을 했으니 인터뷰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임병욱은 지난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팀을 들었다 놨다 했다.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 역전 빌미를 제공했지만 이를 타격으로 만회했다.
임병욱은 KIA를 상대로 KBO리그 데뷔 첫 연타석포를 쏘아올렸다. 특히 5-6으로 끌려가고 있던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고 역전 끝내기에 발판을 놓는 결정적인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임병욱은 선두타자로 나와 KIA 투수 홍건희를 상대로 패배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해내는 귀중한 한 방을 쳤다. 6-6 동점을 만든 넥센은 이후 이어진 2사 1, 2루 기회에서 박정음이 끝내기 안타를 쳐 7-6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박정음의 데뷔 첫 끝내기 안타다.
이 경기 승리로 넥센은 KIA와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10일 롯데전이 우천 취소된 가운데 넥센은 17승 1무 13패를 기록하며 4위에 올라있다. 염 감독은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정말 잘 해주고 있다"고 했다.
넥센은 지난 2013시즌부터 '가을야구'에 3연속 진출했지만 올 시즌 개막에 앞서 5강 후보로 꼽히지 못했다. 손승락(롯데) 유한준(kt 위즈)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등 투타 핵심전력이 자유계약선수(FA) 이적과 메이저리그 진출 등으로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현희, 조상우 등 마운드의 젊은 주축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현 시점에도 넥센은 순항하고 있다. 5할 이상 승률을 유지하며 호시탐탐 선두권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선전의 원동력은 임병욱, 박정음, 그리고 서간창과 함께 테이블세터로 나오고 있는 고종욱 등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다. 마운드에서도 신재영과 박주현 등 신예 영건이 선발진에 합류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염 감독은 "(박)병호나 (서)건창이 그리고 김민성에 이어 자기 자리를 잡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화수분 야구'라는 말이 넥센에게 어울리는 이유다.
대체 전력으로 나오는 선수들의 적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박병호에 한 시즌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넥센을 떠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대신해 유격수를 맡고 있는 김하성이 대표적인 경우다.
시즌 초반 주전 중견수로 나오던 임병욱은 1할대 타율에 그쳤지만 이제는 2할5푼(64타수 16안타)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주로 백업 역할을 맡고 있지만 깨소금 노릇을 하고 있는 박정음은 타율 3할4리(23타수 7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고종욱은 3할5푼1리(114타수 40안타)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96타석)을 채운 넥센 타자들 중에서 타율과 안타 부문 팀내 1위다.
염 감독은 "여러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해당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팀 문화가 가장 큰 것 같다"며 "이택근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의 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 뿐 아니라 선수들과 구단 스태프의 신뢰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를 살려주고 있는 새로운 얼굴들이 그라운드에서 제몫을 하고 있다. 넥센표 '화수분 야구'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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