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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발은 원래 그런 것"…절박했던 노경은, 냉철했던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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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기대와 잣대…전격 은퇴 선언의 미스터리

[김형태기자] "5선발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경쟁이 심하다고 하는데, 5선발은 붙박이가 아니지 않나. 선발로 나섰다가 불펜으로 갈 수도 있는 보직 아닌가."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목소리는 다소 높아졌다. 전날인 1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그는 스트레스로 무척 피곤해 보였다. 팀은 갑작스런 4연패에 빠졌고, 당일 경기 시작을 앞두고는 오른손 투수 노경은(32)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취재진의 계속된 배경 설명 요청에 그는 "재미없는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쳤다.

노경은의 은퇴는 몇 가지 부분에서 '미스터리'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우선 시점이다. 보통, 선수의 은퇴는 정규시즌을 다 마친 겨울에 결정이 난다. 이른바 '명예로운' 은퇴다. 선수가 더 이상 뛰기 어렵다고 한계를 느꼈을 경우 시즌 중반 또는 후반에 옷을 벗기도 한다. 해보다가 정 안 돼 그만두는 경우다.

◆모든 것을 건 올 시즌, 그러나…

그러나 노경은은 시즌 한 달 반도 안 된 시점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구단에 은퇴 얘기를 처음 꺼낸 때는 개막 후 불과 20여일이 지난 때였다. 주위 사람들로선 '양측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선수의 절박한 심정과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코칭스태프의 생각이 모두가 당혹해하는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노경은은 익히 알려졌듯 올 시즌 모든 것을 걸었다. 올 한 해를 선수 생활의 마지막으로 삼고 다시 한 번 재기하기 위해 지난 시즌이 끝난 뒤부터 남다른 각오로 준비했다. 김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전폭적인 지원 속에 팀의 붙박이 마무리로 내정된 그는 그러나 지난해 1월 미국 애리조나 캠프 당시 타구에 안면을 강타당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 시즌이 시작된 뒤 간신히 복귀했지만 투구감각은 돌아오지 않았고, 셋업맨에 이어 롱맨으로 보직이 잇달아 바뀐채 시즌을 마쳤다.

지난 겨울 김 감독은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다. 노경은을 선발투수로 전업시키고, 5선발을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현승이라는 새로운 클로저를 발굴한 데다 좌완 일색이던 선발로테이션의 색깔을 바꿀 필요도 있었다. 로테이션의 마지막 후미인 5선발을 노경은이 부담없이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부임 첫 해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김 감독은 취재진을 만날 때면 노경은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한결같이 나타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면서 노경은의 역할은 코칭스태프의 적잖은 고민이 됐다. 팀은 승승장구했지만 선발 한 자리는 그렇지 못했다. 노경은은 4월 한 달 간 3차례 선발등판했지만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4이닝 10피안타 5탈삼진 2실점한 13일 대전 한화전이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마지막 등판인 21일 수원 kt전에서 3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조기강판한 다음날 노경은은 2군행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하루 뒤인 23일 구단 사무실을 찾아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등판 성적도 성적이지만 유심히 지켜볼 부분은 등판 간격이다. 4월7일 잠실 NC전에서 시즌 첫 선발등판한 노경은은 6일이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 나섰다. 그리고 8일 뒤인 21일 수원에서 kt를 마지막으로 상대했다.

◆"5선발은 원래 그런 것"

배수의 진을 친 2016시즌이다. 노경은은 매 등판을 사생결단의 각오로 준비해왔지만 일정하지 않은 등판간격 탓에 결과적으로 컨디션 유지에 차질을 빚었다고 여겼을 수 있다. 13일 한화전을 마치고 6일 뒤인 19일 수원 kt전을 준비해온 그로선 이틀이나 늦어진 21일 마운드에 올라 난타를 당하면서 허탈감과 서운함을 동시에 느꼈을 수도 있다. 16일 내린 비로 잠실 삼성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그의 등판 일정도 뒤로 밀린 탓이다. 구단 안팎에선 이 때를 기점으로 노경은의 의욕이 상당히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불과 3차례 등판 후 2군행 통보를 받은 점 역시 선수가 다소 섭섭해 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극심한 경쟁에 압박감이 컸을 것이라고 하는데, 무슨 경쟁이 심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5선발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선발로 나서다가 롱릴리프를 맡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는 보직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경은은 팀 내 투수들 가운데에서도 베테랑에 속한다. 선발로는 더 안 될 것 같아 불펜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곧바로 불펜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2군에 가서 몸을 추스르고 있으면 (1군 명단 등록 최소 시점인) 열흘 뒤에는 불러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더라"며 안타까워 했다.

현재 노경은은 거의 모든 접촉을 끊으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미국으로 건너가 야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여전히 향후 진로는 미정이다 .다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두산의 임의탈퇴 요청을 받아들이면 그는 최소 1년간 KBO의 울타리 안에서 야구를 할 수 없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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