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과 '곡성'의 사이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관객들의 입을 떡 벌리게 만들 만한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완성도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탐정 홍길동'의 조성희 감독과 '곡성'의 나홍진 감독은 각자의 방법으로 현장의 아역 배우들이 무사히 제 몫을 해내도록 도왔다.
지난 4일 개봉해 상영 중인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제작 영화사 비단길, 이하 탐정 홍길동)의 언론 배급 시사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었던 인물은 다름아닌 아역 배우 김하나였다. 그 어느 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의 이 어린이는 사라진 할아버지를 찾아 언니, 그리고 탐정 길동과 여정을 떠나는 말순 역을 연기했다.
경험이 전무한 김하나의 연기는 그 자체로 극의 활력소가 됐다. 전형적인 아역 연기의 틀에 한 번도 갇힌 적이 없는 아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선함 그 자체였다. 툭툭 내뱉는 대사와 꼭 어울리는 무심한 목소리, 꾸밈이 없는 억양이 말순이라는 사랑스러운 인물과 만나 관객을 단단히 홀렸다. 언론 배급 시사 후 극장 밖을 나서던 다수의 취재진이 서로에게 말순의 정체를 물었던 것도 당연했다.
영화의 개봉을 맞아 조이뉴스24와 만난 조성희 감독은 "말순 역 김하나가 큰 역할을 해 줬다"며 "워낙 귀엽고 예쁜 친구"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김하나 양은 굉장히 훈련이 안 된 배우였고, 경험이 전무했는데 우리가 너무나 함께 하길 원했다"고 답을 이어갔다.
전혀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를 데리고 대작 영화를 작업해야 했으니, 감독의 마음도 불안했을 터. 그러나 조성희 감독과 제작진은 김하나를 매일같이 만나며 그에게 극 중 말순의 모습을 그려넣었다.
감독은 "사전에 한 두 달을 거의 매일 만나며 연습을 많이 했다"며 "다행히 무사히 찍었는데 찍기 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너무 위험한 캐스팅이었기 때문"이라고 돌이켰다. 이어 "아이들의 마음은 갑자기 뭔가를 하기 싫어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다"며 "다행스럽게도 열심히 잘 해줘서 너무 다행이었다. 하나 이야기를 하니 또 하나가 보고 싶어진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조성희 감독은 영화 '남매의 집' '늑대소년' 등에 이어 또 한 번 아역 배우들을 효과적으로 기용하는 데 성공했다. '늑대소년' 개봉 당시 조성희 감독은 조이뉴스24와 인터뷰 중 "일단 아이가 나오면 너무 좋다"며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참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밝게 웃으며 "유치원생이 지나가는 것만 봐도 너무 예쁘다"고 말했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린이 배우와 함께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오는 11일 전야개봉을 확정한 '곡성'(감독 나홍진, 제작 사이드미러,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코리아))의 김환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김환희는 경찰 종구(곽도원 분)의 딸 효진 역을 맡아 어린 아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연기를 펼쳤다. 배우 곽도원, 황정민은 물론 나홍진 감독 역시 김환희의 연기에 혀를 내둘렀다.
'곡성'이 15세이상 관람가이긴 하지만, 김환희가 소화한 배역은 성인 배우라도 쉽게 탐낼 수 없었을 법한 캐릭터다. 때로 해맑은 소녀같지만 때로는 또래같지 않은 '애어른'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효진은 어느날 갑자기 위험한 변화를 겪게 된다. 오열과 발작은 기본, 눈빛부터 싸해지는 접신 연기까지 감탄밖에 할 것이 없다.
나홍진 감독은 2002년생인 아역 김환희와 함께 작업하던 때를 떠올리며 배우의 정서를 고려해 오랜 기간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아역이라 해서 아이를 대하듯 어르기보다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너는 배우다"라는 조언으로 용기를 주는 것이 '나홍진식' 아역 디렉팅이었다.
그는 "캐스팅을 하며 아주 장시간에 걸쳐 김환희의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아역 배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배우라 여겨 어머니와 이야기를 계속 하며 오디션을 했다"고 돌이켰다.
김환희는 KBS 2TV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비롯해 영화 '전국 노래자랑' 등 여러 작품에서 연기를 경험했다. 나홍진 감독은 "김환희가 몇 번의 아역 연기 경험이 있어 본인이 아역 배우임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김환희와 어머니에게 '배우가 그런게 어딨겠습니까. 아역 배우라는 생각은 말아 주십시오. 당신께서 나이차가 나지만 곽도원, 황정민과 합을 나눠야 하는데 당신의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알렸다.
아이의 몸으로 소화하기 벅찼을 장면들을 대비해 김환희는 미리 체력을 기르고 동작을 몸에 익히기도 했다. 나 감독은 "아이는 대략 프리 프로덕션부터 6개월 정도 체력을 키웠다"며 "액션을 할 수 있게 훈련을 저희 안무 선생님과 해 왔다. 그런 과정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저 아이와 찍는 동안 항상 감탄하고 놀랐다"며 "모든 스태프가 감탄했다. 놀라운 배우인 것 같다.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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