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좌타자 구자욱과 두산 베어스의 오른손 타자 민병헌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각각 12홈런(민병헌) 11홈런(구자욱)을 친 중장거리형 타자이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홈런타자로 분류하는데 거부감을 내비친다.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스스로를 '교타자'라고 칭했다. 구자욱은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어떻게 하다 보니 홈런이 나왔지만 고교(대구고) 시절에도 홈런타자가 아니었다. 그 때에도 4번은 친 적이 없고 1번타자로 주로 나섰다"고 했다.
이번 겨울 벌크업을 통해 체중을 6㎏이나 불린 민병헌도 "나는 단타자"라며 "홈런에 욕심을 낸 적도 없고, 낼 생각도 없다"고 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기록한 149안타 가운데 2루타 이상 장타를 34개 기록했다. 민병헌의 경우 143안타 중 49개가 장타였다. 민병헌의 2루타가 33개로 구자욱(20개)보다 많았지만 3루타 이상 장타의 숫자는 엇비슷했다. 구자욱이 16개(홈런 11개·3루타 5개), 민병헌은 14개(홈런 12개·3루타 2개)였다.
장타 능력이 있지만 스스로를 단타자로 규정하는 이들이 느낀 라이온즈파크는 확연히 달랐다. 올 시즌 내내 이곳을 홈구장으로 삼게 된 구자욱은 "특별히 구장이 짧아보이거나 홈런이 많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우중간과 좌중간까지 펜스 거리가 짧지 않느냐"는 질문에 "타석에 서면 펜스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마운드 위의 투수에만 집중하느라 거기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올해에도 안타와 출루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홈런 욕심은 없다. 어차피 홈런은 내가 치겠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병헌은 새 구장이 홈런친화적인 구장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가운데 펜스에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치우친 부분은 잠실구장의 같은 위치에 비해서도 깊은 느낌"이라면서도 "확실히 좌·우중간은 짧긴 짧더라. 우익수 수비를 위해 잔디 위에 서면 홈플레이트까지 무척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구에선 홈런을 의도적으로 노려야 하지 않을까. 민병헌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올 시즌 3번타자로 중심타선에 배치된 그는 "홈런수를 늘리겠다고 의식해본 적은 없다. 팀 사정상 3번타자를 맡게 됐지만 내가 (미국으로 떠난) 김현수를 대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현수의 자리는 (4번타자) 에반스가 맡을 거다. 나는 하던 대로만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구자욱은 "올 시즌을 치러보면 구장의 특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평가를 유보했다. 새로운 '홈런 공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라이온즈파크가 드디어 베일을 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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