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는 V리그 출범 이후 늘 정상권에 있었다. V리그 원년 우승을 시작으로 언제나 가장 앞선 자리에 있었다.
지난 2005-06, 2006-07시즌 현대캐피탈, 그리고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에 밀려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머물렀을 뿐 챔피언결정전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챔피언결정전은 고사하고 '봄배구'에 구경꾼이 될 위기를 맞은 것이다.
삼성화재는 2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4위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승점 추가 기회를 날렸다. 이로써 2위 현대캐피탈(18승 8패 승점 53), 3위 대한항공(17승 9패 승점 52)과 승점 차가 각각 9점, 8점이 됐다.
삼성화재가 답답한 건 승패만 따질 경우 성적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데 있다. 16승 10패를 기록하며 1~3위 팀들과 승수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벌어진 승점이 문제다.
산술적으로 삼성화재가 상위권 팀들을 따라잡으려면 3연승을 거두는 동안 2, 3위팀들이 그만큼 연패를 당해야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상황이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올 시즌 팀이 가장 좋았을 때인 지난 2라운드에서 팀 평균 리시브 성공률은 54%를 기록했다. 공격성공률도 53%였다"며 "이 정도 수치를 남은 경기에서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며 걱정했다.
삼성화재는 5, 6라운드 총 1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아직 봄배구를 단념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상위 3팀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 삼성화재는 승리를 거두더라도 순위가 정체될 수 있다. 다른 종목이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지난 2013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그랬다. 롯데는 당시 치열한 순위다툼을 했지만 결국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롯데가 이기면 경쟁팀도 함께 이겼고 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순위는 장마전선 마냥 한 자리에 계속 머물곤 했다. 선수들도 결국 지쳤고 치고 나가야할 때 힘이 부족했다.
임 감독은 "그로저 외에 국내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조금 더 힘을 내는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선수들도 임 감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임 감독은 "코트에서 그런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아 최근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고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삼성화재 선수들의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고희진의 가세에 일말의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그러나 고희진은 현재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니다.
임 감독은 당초 OK저축은행전에 앞서 고희진의 기용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뛰지 않는다. 2월 초는 돼야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한 뒤 팀 연습을 함께 한 지 얼마 안됐다.
임 감독이 "(고)희진이는 100% 컨디션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는 결국 OK저축은행전에 코트에 나왔다. 지난해 10월 2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전에서 발목을 크게 다친 이후 치료와 재활 등을 소화하느라 경기에 나오지 못하던 고희진이다.
그런데 그런 고희진을 교체 투입했다. 그만큼 삼성화재의 상황이 급하다는 방증이다. 임 감독은 "분위기 반전도 필요했고 선수들이 코트에서 우왕좌왕했다.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고희진의 예상보다 이른 경기 투입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5일 동안 경기가 없다. 그리고 2월 1일과 6일 사이에 3경기가 몰려있다. 봄배구 진출의 불씨를 살릴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일정이다.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반드시 활로를 뚫거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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