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28일 베트남 유망주 르엉 쑤언 쯔엉(20)을 영입했다. K리그 전체로 놓고 보면 1985년 K리그 득점왕에 오른 피아퐁(태국) 이후 두 번째 베트남 선수 영입이다.
쯔엉의 영입을 위해 인천 관계자들은 베트남 호치민으로 날아가 입단식을 열었다. 정의석 인천 단장은 물론 기권일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 체육진흥과장까지 현지에 동행해 베트남 주요 인사들의 열정을 확인했다.
베트남 언론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쯔엉의 입단식에 대해 "베트남 축구에 희망을 안기는 장면이었다. 쯔엉이 입은 인천 유니폼도 꽤 어울려 보였다"라고 전했다.
인천은 이날 등번호 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쯔엉에게 입혔다. 주전을 상징하는 한 자리 숫자의 등번호라는 점에서 베트남 축구 입장에서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베트남 영자지 '왕챠오'는 "7번은 데이비드 베컴이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상징한다. 쯔엉이 인천에서 7번을 달고 뛴다면 베트남 축구에 큰 사건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올 시즌 막판 K리그 스플릿 라운드를 생중계해 괜찮은 시청률이 나왔다. 시간대도 괜찮았다. K리그 중계 시간이 베트남에서는 점심 무렵이라 시청에도 무리가 없었다. 쯔엉이 뛰는 인천 경기가 생중계된다면 베트남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끌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베트남에서의 K리그 이미지는 나쁘지 않다. 방송 관계자들도 경기력은 일단 괜찮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천이 쯔엉을 얼마나 경기에 내보낼 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인천 구단은 물론 K리그 전체에도 동남아 시장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아시아 쿼터는 물론 동남아 쿼터를 따로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쯔엉의 영입이 실력보다는 마케팅 쪽에 더 가깝다는 관점이 부각되는 것은 현재로서의 한계다. 정 단장은 쯔엉의 영입에 대해 "인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다. 다양성을 높일 방법을 찾는 일환으로 아시아 선수를 영입했다. 이번 계약을 앞두고 태국, 중국, 베트남을 염두에 두고 선수 영입을 준비했다. 축구를 넘어 구단 간의 적극적인 교류가 가능한 지도 검토했다"라며 무작정 시도한 영입은 아님을 강조했지만, 연고지의 입지 관계가 더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쯔엉이 즉시 전력감인지는 물음표가 붙어있다. 전적으로 김도훈 인천 감독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자신 있게 기용하는 등 과감한 선수기용술을 펼쳤다. 쯔엉은 177㎝의 신장으로 작은 편은 아니고 패싱력이나 슈팅이 괜찮지만, 힘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나마 인천의 중원이 허전하다는 점에서 쯔엉에게 출전 기회는 어느 정도 있을 전망이다. 조수철이 포항으로 떠나고 김원식이 FC서울로 임대 복귀해 쯔엉이 뛸 희망이 있다. 김 감독의 지도 아래 조련이 잘 된다면 급성장도 가능한 자원이다.
인천의 구단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베트남 시장 개척이라는 야심찬 시도가 성공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인천은 인천에 거주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인들의 경기 관전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대부분이 이주노동자 신분이라 티켓 구매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단장은 "쯔엉 시즌권을 판매해 수익을 다문화가정 지원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놓고 고민하겠다"라며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강조했다.
인천은 100억 원 안팎의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올 시즌도 선수단 임금체납이 잦았다. 시장 다변화로 수익구조에 희망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타 구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익명의 한 기업구단 고위 관계자는 "최근 태국, 베트남 등의 축구 시장은 커지고 있다. 구단에서도 동남아 선수 영입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주저하고 있다. 일본이 동남아 축구를 마케팅용으로만 바라보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인천의 성공 여부가 중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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