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홍명보호와 슈틸리케호에서 대표팀 수문장들을 조련한 김봉수(45) 골키퍼 코치가 자진 사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김 코치의 사임 사실을 밝혔다. 김 코치는 "브라질월드컵 직후 홍명보 감독과 함께 사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으나 협회의 요청으로 그러지 못했다"며 "울리 슈틸리케 감독 아래 대표팀이 안정 궤도에 올랐고, 내 역할도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코치는 "홍 감독과 함께 관두는 것이 맞는 일이었지만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 사정만 앞세울 수 없었다. 지금이 적기다.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이다"라며 사임의 불필요한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1992년 LG치타스(현 FC서울)에서 골키퍼로 프로에 데뷔한 김 코치는 2000년 울산 현대에서 플레잉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했다.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2012 런던 올림픽, 2014 브라질월드컵 코치를 역임했다.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김 코치는 골키퍼 육성이라는 특화된 축구교실을 만들어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나섰다. 이후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코치직을 부탁,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김 코치에게는 런던 올림픽이 영광, 브라질월드컵이 아픔으로 남아 있다. 두 대회 모두 주전 골키퍼는 정성룡(수원 삼성)이었다. 런던에서는 정성룡이 영국과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승부차기까지 몰고 갔다. 승부차기에서는 이범영(부산 아이파크)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4강에 올라 최종 동메달이라는 목표를 해냈다.
브라질월드컵은 아쉬움이 컸다. 정성룡이 러시아와 알제리전에서 극과 극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인맥 축구' 비판에 시달렸다. 김 코치는 그저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받아들여야 했다.
김 코치는 슈틸리케호에서 선수들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정성룡, 김승규 외에도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권순태(전북 현대) 등 다양한 경쟁자들을 대표팀에 세웠다. 김 코치는 "다양한 선수들이 경쟁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휴식에 들어간다. 유소년 골키퍼 육성에 힘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일각에서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의 거취와 맞물려 함께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그는 "당분간은 휴식이 필요하다"며 여유를 갖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김 감독과 브라질월드컵을 함께 했던 박건하 코치는 계속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어서 김 코치의 사임을 수용했지만, 박 코치는 다르다. 신태용 코치가 22세 이하(U-22)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어 박 코치가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 함께 슈틸리케 감독을 도와 해야 할 일이 많다"라며 사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임 골키퍼 코치 선임은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기술위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 현재 장외룡 기술 부위원장도 중국 슈퍼리그 충칭에 진출했다. 후임 골키퍼 코치 선임 논의 등 기술위가 할 일이 많다. 조만간 기술위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내년 3월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조별리그 7~8차전이 있어 시간을 두고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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