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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의 표상…두산 3인방 수상이 남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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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김재호·김현수…시작 초라했지만 노력으로 일군 반전인생

[김형태기자]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합니다. 지난해에는 자리에 없었는데, 올해는 직접 수상 소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양의지(28, 두산)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날인 8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양재동 더케이호텔. 양의지는 최대격전지로 꼽힌 포수 부문에서 라이벌 강민호(롯데)를 제치고 2년 연속 황금장갑의 주인이 됐다.

◆'계약금 3천만원' 양의지의 인생 역전

시즌 20홈런에 OPS 0.928을 기록한 그는 35홈런과 OPS 1.060을 기록한 강민호에 비해 표면적 성적은 뒤졌지만 시즌 내내 두산의 안방을 책임지며 분투한 점, 두산이 14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공을 세운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개인 최고 성적과 팀의 우승, 그리고 골든글러브까지 프로 입문 10년만에 최고의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돌이켜 보면 놀라운 반전이다. 지난 2006년 프로 입문 당시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그는 당시 2차 8라운드 59순위로 간신히 프로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두산 입단 당시 손에 뒨 계약금은 3천만원이 전부였다.

잡초처럼 시작한 프로생활이었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했다. 경찰청 복무를 거쳐 2010년부터 팀의 주전포수로 발돋움했고,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포수로 우뚝 섰다. 특히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보유한 타격능력은 강타자가 즐비한 두산 팀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풀타임 1군 6시즌 통산 타율 2할8푼8리 66홈런 337타점. 타자에게 가장 불리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평균 11홈런과 55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3할6푼7리에 장타율 0.440로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수비능력도 나날이 일취월장하며 최근 끝난 초대 프리미어12에서는 사실상 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유격수 부문 수상자 김재호(30, 두산)의 변신 또한 눈부실 정도다. 2004년 두산 1차지명으로 프로에 발을 내딛은 김재호는 무척 주목받는 신인이었다. 중앙고 시절 뛰어난 유격수 수비에 호쾌한 타격이 높은 평가를 받아 여러 구단들의 영입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프로는 김재호에게 무척 척박한 무대였다. 라이벌 손시헌에게 밀려 2군을 전전한 데다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점차 잊혀진 선수가 되는 듯했다. 2008년 112경기에 나서며 첫 풀타임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타율 2할4푼9리에 그치면서 또 다시 2군이 있는 이천과 잠실을 오갔다.

◆'와신상담 10년' 김재호의 반전 야구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던 그에게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91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를 기록하며 하위타선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했고, 손시헌이 NC로 이적한 지난해에는 완벽한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133경기에 출전한 올해 타율 3할7리 3홈런 50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첫 3할타율과 국가대표 승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여기에 지난 11번의 시즌 동안 머릿속에서 꿈만 꿨던 황금장갑을 마침내 거머쥐며 인생의 새로운 장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오는 12일 신부 김혜영 씨와 결혼하는 김재호는 수상 직후 그간 못한 프로퍼즈를 했다. "정말 사랑한다. 너를 만나 이런 상을 받은 것 같아 행복해. 열심히 할테니 앞으로 좋은 일만 있자"고 담담히 말하는 그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미 공인된 스타이지만 외야수 부문 수상자 김현수 또한 '반전의 야구 인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수비가 약하다는 이유로 지난 2006년 프로 지명을 못받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자존심이 바닥까지 가라 앉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으며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냈다. 눈만 뜨면 훈련과 야구공부로 자신을 연마했다. 그의 노력은 오래지 않아 결실을 맺었다. 2007년 99경기에 출전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이후는 모두가 아는 스토리다. 그는 프로 입문 10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FA 자격을 얻은 이번 겨울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며 야구인생의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양의지와 김재호, 김현수의 성공기는 여러 선수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프로의 꿈을 꾸는 어린 학생 선수들, 프로에 진출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좌절하는 인생들에게 '우리도 저들처럼 될 수 있다'는 힘을 주는 결과다. 들판에서 핀 꽃처럼 오랜 노력 끝에 정상에 올라선 이들의 야구인생은 자신들 앞에 놓인 글러브 색깔처럼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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