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황정민 "솔선수범? 미친듯이 찍는 게 당연"(인터뷰)

[권혜림기자] 모두가 지쳐있을 때에도 앞장서 설산을 걷고, 눈이 너무 쌓여 촬영이 불가능했을 땐 배우들 중 가장 먼저 나와 눈을 치웠다. 영화 '히말라야'의 제작진에게 황정민은 네팔 로케이션을 무사히 마치게 해 준 일등공신이다.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 제작 JK필름)의 개봉을 앞둔 배우 황정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황정민은 히말라야의 산 증인이자 원정대 등반대장 엄홍길 역을 연기했다. 이석훈 감독을 비롯해 영화의 제작진에게, 황정민은 네팔 몽블랑 산지에서 로케이션을 했던 '히말라야' 팀의 무사 귀환을 도운 공신이다. 낯선 환경과 추위에서 지쳐있던 동료 배우, 스태프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가장 먼저 솔선수범해 현장을 이끌기 위해 나섰다.

이에 대한 질문에 황정민은 "영화에 참여했으니 미친듯이 찍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주어진 시간 안에 좋은 것을 해야 하는데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황이 급박한데 우리가 최선의 좋은 것들을 얻어내야 하는 상황, 그럴 때는 배우의 힘이 굉장히 크다"고 알렸다.

또한 "그럴 때 선배, 형으로서 '할 수 있어. 하자'고 하면 모든 스태프들이 따라오게 돼있다"며 "거기서 힘들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황정민은 "실제 촬영장에서도 엄홍길 대장처럼 대장으로서, 리더로서 임하는 것이 제게 부담이었던 것 같다"며 "보통 촬영이라고 하면 배우는 가서 연기하고 '선배님, 다음 장면 찍으셔야 합니다'하면 가서 연기 하고 모니터를 보면 됐는데 히말라야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다 같이 '으쌰으쌰'해야 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알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겐 극의 후반부 엄홍길 대장의 입에서 "피곤하다"는 대사가 흘러나오는 장면 속 인물의 감정이 배우 황정민의 심정으로 여겨질 법하다. 황정민은 "(작업을) 하면서도 내내 부딪히는 거다. '내가 이렇게 해서 대체 내게 얻어지는 것이 뭘까'라는 개인적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는 "제가 제작자도 아닌데 어떨 때는 윽박지르기도 타이르기도 하며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엄홍길 대장 역을 맡았으니 그 힘 하나로 밀고 나가는 거였다.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답했다.

또한 "'빙우' 이후 10년 만에 처음 나오는 관련 장르 영화일텐데 이왕 산악영화를 찍는 거라면 대충 하지 말고 좋은 선례를 남겨야 다음 영화의 레퍼런스가 되지 않겠나 싶었다"며 "술을 먹으면서도 스태프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힘이 끝까지 가는 것 같다. 그 중심축에 감독과 제가 있었는데 흐트러져버리면 모든 것이 와해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히말라야'는 오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