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두산 베어스는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2015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이 14년 만에 KBO리그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정수빈, 박건우, 허경민 세 입단 동기생들의 통통 튀는 활약이 눈에 띄었다.
내년 시즌 준비에 한창인 넥센 히어로즈도 두산처럼 입단 동기들의 좋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넥센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김하성과 임병욱이 주인공이다.
둘 중 한 명은 이미 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김하성이 그렇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김하성은 올 시즌 넥센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14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511타수 148안타) 19홈런 22도루를 기록했다. 3할 타율과 20홈런-20도루를 아깝게 놓쳤지만 놀랄 만한 성적이었다.
임병욱은 입단 동기의 이런 성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임병욱은 넥센 입단 시절 김하성보다 더 대형 야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으로 꼽혔다. 그는 덕수고 졸업반 시절 1차 지명으로 넥센에게 선택을 받았다. '대형 유격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현재 둘의 위치는 달라졌다. 임병욱은 포지션도 외야수로 바꿨다. 팀은 내야수보다 외야수로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내다봤다.
임병욱은 올 시즌 1군 40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 1할8푼6리(43타수 8안타) 1홈런 2도루를 기록했다. 김하성이 거둔 성적과 차이가 크다. 그러나 임병욱은 좌절하지 않는다. 즐거운 도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시즌 종료 후 목동구장에서 개인 훈련 중에 있다. 대만에서 열린 유망주캠프에는 빠졌지만 3일 운동, 하루 휴식이라는 정해진 일정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임병욱은 올 시즌을 치르는 도중 체중이 많이 빠졌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버틸 만한데 밥먹는 일이 힘이 든다"며 "근육량을 키우기 위해 닭가슴살을 많이 먹는 건 아니지만 잘 챙겨 먹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팀이 오프시즌 들어 임병욱에게 가장 강조한 부분은 '잘 먹는 일'이다. 체중 증가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근육에 힘이 붙는다는 걸 임병욱도 잘 알고 있다. 현재 몸무게는 81kg다. 그는 "앞으로 1~2kg 정도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외야수 전향에 대해서는 "내야수로는 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며 웃었다. 임병욱은 "목동구장에서 수비에는 적응이 됐는데 (고척돔으로) 이사를 가니 조금은 걱정된다"며 "돔구장에서는 아직 훈련을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넥센은 2016시즌부터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그는 "입단 동기인 (김)하성이가 잘하는 걸 보면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고 했다. 자신이 뛰어야 할 자리를 김하성이 꿰찬 부분에 대한 섭섭한 마음은 없다. 김하성도 임병욱에 대해 "외야에서 꼭 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두 선수는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웨이트 트레이닝부터 훈련까지 함께 한 시간이 많다. 퓨처스(2군)리그에 있을 때도 그랬고 올 시즌 종료 후 마무리훈련에서도 마찬가지다.
넥센은 젊은 야수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유한준과 이택근의 진로가 어떻게 결정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전력 누수가 생기면 임병욱과 같은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넥센의 미래인 임병욱은 오늘도 묵묵히 목동구장 웨이트실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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