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야구는 팀 스포츠다. 개인의 기록이 하나로 모여 승부라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선수단 구성은 다양하다. 개개인의 경험과 실력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다.
단체운동이기 때문에 팀내 고참의 존재는 필요하다. 나이가 들었어도 주전 자리를 놓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유지하는 베테랑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들은 '경험'에서 후배 선수들을 앞선다. 고참의 허슬플레이나 솔선수범하는 자세는 다른 동료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
2015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는 그런 역할을 하는 베테랑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성흔(두산)과 이호준(NC)이 대표적이다.
1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홍성흔이 먼저 웃었다. 두산은 1차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NC에게 7-0으로 완승을 거뒀다. 홍성흔은 팀 승리의 발판이 되는 귀중한 홈런포를 쳤다. 3-0으로 앞서가고 있던 4회초 1사 주자없는 가운데 맞은 두번째 타석에서 NC 선발투수 에릭 해커를 상대로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두산은 홍성흔의 한방으로 4-0으로 달아났다. 경기가 중반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4점이라는 점수 차는 두 팀의 분위기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NC에게는 큰 부담이 됐고 두산은 더욱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홈런보다 홍성흔의 세번째 타석을 더 주목했다. 홍성흔은 6회초 선두타자 양의지가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맞은 타석에서 희생번트를 댔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번트 사인을 낸 건 아니다"라며 "(홍)성흔이 스스로가 주자의 진루를 위해 번트를 댔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스스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 부분은 마음에 쏙 든다"고 베테랑 홍성흔의 희생정신을 칭찬했다.
홍성흔이 보내기 번트에 성공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동료들은 고참을 열렬히 환영해줬다. 앞선 타석에서 솔로포를 쳤을 때 못지않은 환호와 세리머니도 있었다. 김 감독은 "벤치에서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흐뭇했다"고 얘기했다.
홍성흔이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간단하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팀, 그리고 승부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정규시즌과 또 다른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는 조그만 부분에서 생기는 차이가 승패의 명암을 가를 확률이 높다.
NC 선수단의 베테랑 이호준은 1차전 타격성적만큼은 고개를 숙였다. 3타수 무안타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 투수들은 이호준과 승부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NC는 지난해 처음 나선 '가을야구'에서 1승 3패를 기록했다.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이끈 주인공이 바로 이호준이다. 당시 이호준은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6회초 쏘아올린 솔로포가 결승타가 됐다.
베테랑들의 활약과 역할을 지켜보는 것도 '가을야구'의 또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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