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피할 수 없는 격돌을 앞둔 두 수장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느긋하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지켜본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거침없는 농담을 내뱉었고, '죽다 살아난'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평소대로 무척 신중했다.
9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올 시즌 처음 감독자리에 오른 5명의 인물 중 가장 좋은 성적(정규시즌 3위)을 올린 김 감독은 특유의 입담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는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1차전으로 승부가 난 게 아쉽다"며 "염 감독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넥센 불펜의 '핵'인 조상우에 대해서는 '사심이 드러나는' 걱정까지 했다. "조상우가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 그는 "너무 많이 던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어린 선수의 미래가 참 걱정된다"며 쓸데없는(?) 걱정까지 했다. 심지어 조상우를 향해 "지금은 신나게 던져도 나중에 후회할 날이 온단다. 무리라고 판단되면 바로바로 뺴달라고 요구하라"고 해 좌중을 뒤집어 놨다.
초보 감독이지만 긴장하기 보다는 넘치는 자신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셈. 정규시즌 막판 상승세를 탄 데다 그간 푹 쉬면서 전력을 정비한 점에서 한결 여유를 찾은 분위기다.
반대로 염 감독은 끝까지 신중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김 감독과 약속이나 한 듯 4차전 승부를 예상한 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서 어린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분위기에 적응했다고 본다. 어느 떄보다 팀워크가 단단하게 형성돼 희망적"이라면서 "한 경기 한 경기 절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10일 비가 온다면 우리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투수 로테이션이 하루 연기된다고 해서 변화를 주지 않고 동일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선발은 3명으로 돌린다. 3명으로 돌아가도 우리는 밑에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시리즈 마다 공백이 생긴다. 그 공백은 상대 전적과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활용해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시즌을 4위에서 마감해 우승까지 하려면 '포스트시즌 사다리'를 타고 올라야 하는 상황. 더구나 2년 전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 뒤 3연패로 탈락한 기억도 그를 더욱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야구판의 '40대 기수'로 새 바람을 일으킨 두 젊은 사령탑의 진검승부. 야구팬들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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