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초단기전의 싸움은 결국 박빙의 승부로 이어지기 쉽다.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경기는 큰 것 한 방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예봉을 얼마나 틀어막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결국 점수를 주지 않아야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판승부가 숨막히는 투수전으로 종종 이어지는 이유다.
홈런공장인 목동, 거포가 즐비한 두 팀. 7일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겉으로는 공격전으로 전개될 분위기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할 태세인 만큼 의외의 투수전 양상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투수들의 틀어막기 싸움이 이어진다면 승부는 후반에 갈릴 공산이 크다. 결국 필승조를 언제 효과적으로 투입하느냐는 불펜싸움에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에이스 맞대결…후반 승부 전망
우선 앤디 밴헤켄(넥센)과 김광현(SK)이 나설 선발 마운드는 무척 견고하다. 두 팀이 자신있게 내세운 카드인 만큼 대량실점 후 조기강판 같은 의외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투수 모두 최소 5∼6이닝을 버텨준다면 중요해지는 건 구원투수들의 투입시기다.
이미 두 팀은 '불펜 보직 파괴'를 선언한 상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나는 항상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운용을 다르게 해왔다. 손승락 조상우, 한현희 등 불펜투수들은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서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선 손승락을 일찌감치 낼 수도 있고, 조상우나 한현희를 마무리로 기용할 수도 있다. 관건은 그 때까지 한 점이라도 리드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김용희 SK 감독 역시 마무리의 투입시기를 9회로 고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정우람이 올 시즌 마무리로 활약을 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좀 더 빨리 투입될 수도 있다. 상황에 맞춰서 운용하겠다"고 복안을 드러냈다.
◆필승조에 '표적 투수'…투입시기 주목
이름값 높은 선수들에게 우선 눈길이 쏠리지만 주의깊게 봐야할 선수들은 따로 있다. 특히 넥센전에 유독 강했던 SK의 두 우완 투수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윤길현과 전유수다. SK 마운드의 '든든한 허리'인 이들은 넥센 강타선을 상대로 무척 효과적이었다. 특히 윤길현은 6경기(5이닝)에 등판, 3피안타 1실점으로 돋보였다. 삼진 6개를 잡으며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좌완 정우람과 짝을 이뤄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윤길현이 어느 시점에 투입될지에 따라 경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전유수 또한 넥센만 만나면 유독 신나게 공을 뿌렸다. 8경기(8.1이닝) 동안 1승1패 평균자책점 1.74의 성적을 올렸다. 볼넷 6개를 허용했지만 뛰어난 구위로 삼진을 11개나 솎아냈다. 경기 중후반 박병호, 유한준, 윤석민 등 넥센의 오른손 강타자들을 대비한 '맞춤형 등판'을 예상해볼 수 있다.
넥센에선 역시 황금 필승라인인 조상우와 손승락이 SK 타자들에게도 잘 통했다. 손승락은 5경기(7.1이닝)에 나선 조상우는 1승 평균자책점 2.45, 손승락 또한 4경기(5.2이닝)에서 평균자책점 1.59로 이름값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염 감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조상우와 손승락의 투입 순서를 유연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목동맨' 김대우, 활용도에 눈길
넥센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한 명은 오른손 잠수함 투수 김대우다. 시즌 47경기서 6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94를 기록한 그는 목동 홈에서 유독 강했다. 22경기(30.2이닝)를 소화한 원정경기서 평균자책점 7.92에 그친 그는 투수들에게 불리한 목동에서 25경기(40.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68로 훨씬 뛰어났다.
언더핸드투수 특유의 밑에서 낮게 깔려들어가는 공이 웬만해선 큰 타구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시즌 원정경기서 6개의 홈런을 허용한 그는 홈에선 단 2개의 피홈런만 기록했다. 브라운, 정의윤, 최정 등 SK 간판 우타자들을 대비한 경기 후반 '표적 등판'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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