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대권 도전을 선언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이달 26일 차기 회장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앞두고 FIFA 윤리위원회가 정 회장을 향해 칼날을 꺼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FIFA 윤리위가 자신에게 자격정지 19년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윤리위는 정 명예회장이 2022 월드컵 유치전에서 7억7천700만 달러(약 9천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 발전에 사용하겠다는 서한을 각국 축구협회 및 축구 관계자들에게 보낸 것과 2018 월드컵 유치에 나선 잉글랜드와의 담합을 문제 삼았다.
정 명예회장은 "이 문제는 윤리위가 취하한 것이다. 집행위원이 자국 월드컵 유치 활동을 돕는 것은 FIFA의 오래된 전통이고 자연스러운 애국 행위다. 기금 조성도 비정상적인 것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정 명예회장에 따르면 "FIFA는 기금 조성을 문제 삼으며 15년 자격 정지에 내가 윤리위를 비판한 것에 대해 4년 자격정지 추가를 추진하고 있다. 윤리위는 제프 블래터 회장의 살인 청부업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리위의 징계가 후보 등록 전에 이뤄지게 된다면 정 명예회장의 대권 도전 꿈은 물거품이 된다. 지난 2011년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블래터 회장의 반대편에 섰다가 유권자들에게 돈 봉투 제공 혐의로 영구제명을 당했다. 칼을 쥔 쪽이 블래터와 FIFA였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 측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국제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윤리위의 징계 문제와는 별도로 회장 입후보 추천서를 받기도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소 5개국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후보 등록을 위해서는 5개국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윤리위의 제재 움직임과도 싸워야 한다"라며 두 가지 전투를 치르는데 힘을 쏟고 있음을 전했다.
정 명예회장 측 관계자는 "FIFA의 방해 공작이 상당하고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 대한 지지세가 상당하다. 일단 아시아 국가들과의 접촉을 통해 지지를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정 명예회장은 런던으로 출국해 국제 축구계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정세 파악에 나섰다. 블래터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이 스위스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유리할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FIFA 윤리위의 강한 압박과 타 후보들의 등장 등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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