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야. 저 머리 염색 좀 봐!"
"저거 확 뽑아줄까?"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첫 훈련을 한 24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 화랑구장. 대표팀 훈련 중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수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고등연맹 선발 대표팀 선수들이었다. U-17 대표팀과 또래이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던 그들은 골문 근처에서 진한 분홍색으로 머리 염색을 하고 슈팅 훈련을 하던 이승우(17, FC바르셀로나B)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됐다.
짧게 자른 머리의 고등연맹 선발 선수들에게 진한 분홍색 염색을 하고 훈련에 집중하는 이승우는 신기했던 모양이다. 이승우가 물 만난 고기처럼 소리를 지르고 웃으며 슈팅 훈련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는지 그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취재진에게도 들려왔다.
이승우는 FC바르셀로나 성인팀까지 올라갔다. 스페인에서도 재능이 집중 조명을 받는 등 큰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어린 시절 일찌감치 스페인으로 건너가 한국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으니 이승우는 어린 나이지만 모든 행동이 화제가 된다. 머리 염색도 노란색, 빨간색 등 변화를 겪어왔다. 그는 "한국에 오면 기분 전환 차원에서 (머리 염색을) 하는 것이다"라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염색이 튀다 보니 외부에서 보는 느낌은 다르다. 최진철 감독은 "선글라스라도 착용하고 와야겠다. 노안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은데 (이)승우만 눈에 들어온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물론 최 감독은 완고했다. 그는 "(이승우가) 자신에 대한 알리기라고 보이는데 좀 과하지 않나 싶다. 조금 자제만 해줬으면 좋겠다. 승우도 양보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어린 나이에 스페인으로 넘어가서 우리와 (정서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승우는 경계에 서 있다. 지난 5월 안익수 감독이 지휘하던 18세 이하(U-18)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는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안 감독의 일체감 있는 분위기 형성에 녹아드느라 애를 먹었다. 한 살 많은 형들과 함께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말도 절제했고 훈련에서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동갑내기들이 모인 U-17 대표팀에서는 확실히 다른 행동들이 나왔다. 최진철 감독과도 일대일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무리하지 않기 위해 훈련에 잠시 빠졌다가도 자연스럽게 합류해 동료들과 웃고 떠드는 등 영락없는 또래 선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승우는 다음 달 2일부터 수원에서 열리는 '2015 수원 U-17 컨티넨탈컵'에 대표로 나선다. 이승우 중심의 팀이니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부담보다는 더 자신감 있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라며 대회 참가를 즐기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U-17 대표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10월 칠레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는 것이다. 이승우는 "수원컵보다 월드컵이 더 중요하다"라며 수원컵 결과에 대해 신경쓰지 않겠다는 당돌한 발언도 했다. 최 감독이 "궁극적인 목표는 월드컵이지만 (수원컵이) 홈에서 열리는 대회니 우승도 해보겠다"라고 말한 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승우를 접점으로 한국 연령별 대표팀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해외 유스팀 선수들의 비중도 높고 K리그 유스팀 소속 선수도 늘어간다. 전통적인 학원축구 소속 선수들이 줄어들면서 딱딱한 대표팀 문화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A대표팀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일체감 형성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이)승우라는 인재가 등장한 이상 앞으로 어떻게 대표팀에 융화시킬지가 과제가 될 것이다. A대표팀에 유럽파가 많아져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지만 연령별 대표팀은 아직 그렇지 않다.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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