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올해 많은 국제 경기를 치렀다. 월드컵의 해라 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를 시작으로 3월 키프러스컵, 4월 러시아와 국내 A매치 2연전 등을 치렀다.
6월에는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출전해 16강에 진출하며 큰 경기 경험을 했다. 이후 이번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여자 동아시안컵까지, 그야말로 분주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남자와 비교해 A매치가 적다고는 하지만 여자의 경구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을 A대표팀이 나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소득 있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남자 대표팀보다 오히려 3경기를 더 치렀다.
동아시안컵을 통해서는 신예들을 확인하는 소득을 얻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라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합류하지 못했고 박은선(이천대교)은 컨디션 난조로 빠졌다. 수비의 핵 심서연(이천대교)은 중국과의 1차전에서 오른 무릎 십자인대파열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다.
이들을 대신해 나선 선수들은 그야말로 놀라운 기량 발전을 보여줬다. 지소연의 대체자였던 이민아(24, 현대제철)는 빼어난 돌파력과 볼 키핑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민아는 동아시안컵 전까지 A매치 13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이 교체 요원이었다. 체격도 왜소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WK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키우면서 윤덕여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이번 대회 3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지소연의 부재를 크게 느끼지 못하게 했다.
박은선에 가려졌던 정설빈(25, 현대제철)의 재발견도 눈에 띈다. 정설빈은 발목 힘을 앞세워 묵직한 슈팅을 자주 보여준다. 중국전에서도 시원한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공격의 축이 되기에 문제가 없었다.
수비에서는 서현숙(23, 이천대교)의 가능성을 봤다. 중국, 일본전에서 총 10분을 나섰던 서현숙은 북한전에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WK리그에서의 기량대로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가로지르기(크로스)를 보여줬다.
이들의 등장은 윤덕여 감독에게도 큰 축복이다. 고온다습한 기후 속 열악한 여건을 극복해가는 선수들의 능력을 확인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윤 감독은 "1988년생 선수들이 많지만, 우리도 서서히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선수도 경쟁하고 인프라가 넓으면 좋겠지만 한정적이다. 남자처럼 새로운 선수가 나오면 좋겠지만 미미하다. 내가 더 뛰어다녀야 한다"라며 WK리그에서 숨은 진주 발굴에 더 공을 들이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예정된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대한 희망도 봤다. 일본, 중국, 북한이라는 거함에 호주, 태국, 베트남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경쟁해 2장 주어지는 티켓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에 중국, 일본을 이기면서 싸워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역대전적에서는 북한 1승 1무 14패, 중국 4승 5무 23패, 일본 4승 8무 14패로 한국이 절대 열세지만 경기력 차이를 과거보다 많이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북한전에서 체력 한계에도 골대를 두 번이나 강타하는 등 팽팽한 경기를 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남겼다.
윤 감독도 "상대가 더 많은 준비를 하겠지만, 우리도 잘 준비하겠다"라며 새로운 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어 "주위에 강한 팀이 있다는 것은 우승을 떠나서 동반 성장을 할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강한 상대와의 겨루기를 통해 더 나은 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선수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중앙 수비수 임선주(현대제철)는 "내게 이번 대회는 성장의 기회였다. 전경기 출장하며 자신감도 생겼다. 부족함을 보완하면 올림픽도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설빈 역시 "중국, 일본은 물론 북한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북한에는 결정력이 부족해 패했는데 나머지 부분은 자신감을 갖고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강팀들과 경기를 치르는 것이 심리적으로 강해지는 효과도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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