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볼만 무려 28개를 연속해서 던지던 최악의 제구력을 보였던 투수. 언제 방출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무명의 투수가 올 시즌 NC 다이노스의 불펜을 떠받치고 있다.
NC 불펜 투수 최금강(26)의 야구인생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프로 입단부터 쉽지 않았다. 인하대를 졸업한 뒤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최금강은 2012년 어렵사리 NC에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신고선수 입단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보통 신고선수는 그대로 구단과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금강은 공개 테스트인 트라이아웃을 거쳤다. 당시 트라이아웃을 거쳐 NC에 입단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선수는 최금강과 김진성 둘뿐이다.
쉽지 않은 길을 통해 NC에 입단했지만 그 뒤엔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 설상가상 야구인생의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최금강은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다.
◆28연속 볼을 던진 사나이, 스스로 극복한 제구난
NC 주력 선수들은 미국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 상황. 최금강은 국내에 남아 강진에서 경남대와 연습경기에 출전했다. 그런데 제구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볼만 28개를 연속해서 던지며 밀어내기로만 4점을 내줬다. KBO리그 1군에서는 LG 시절 리즈가 기록한 16연속 볼이 최고기록. 비록 연습경기이긴 했지만 최금강은 한국 신기록보다 12개의 연속 볼을 더 던진 셈이다.
당시를 떠올리며 최금강은 "상대팀 코치님이 심판을 봐주셨는데, 내가 딱해보였는지 완전히 빠진 볼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시더라"며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10년 넘게 야구를 해왔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이게 뭐하는 것인가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최금강은 자신이 방출 1순위라는 얘기까지 우연히 듣게 됐다. 그 뒤로 오기가 생겨난 최금강은 '어차피 잘릴 바에는 원없이 해보고 잘리자'는 생각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매일 오전 오후 훈련을 모두 소화한 뒤 배팅볼 박스 3~4개 분의 공을 꼬박꼬박 던졌다. 한 박스에 보통 200개의 공이 들어가니 매일 600~800개의 공을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대 약점인 제구력을 기르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었다.
훈련의 효과가 있었는지, NC가 처음 1군 무대에 진입한 2013년 최금강은 30경기에 출전하며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방출 직전에 몰렸던 선수의 성적치고는 꽤 준수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출전 기회가 크게 줄어들며 4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9.00의 성적에 그쳤다.
최금강은 다시 절치부심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최일언 투수코치를 괴롭히며(?) 밤낮없이 훈련했다. 최 코치는 "최금강이 정말 열심히 했다"며 "지금 잘 던지고 있는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최금강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수 차례 시련을 겪으며 최금강은 달라져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게 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훈련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최 코치 등 코칭스태프의 기대도 스스로를 다그치는 채찍이었다.
최금강은 "처음에는 코치님이 시키는 훈련을 다른 재능있는 선수들만큼 쉽게 따라하지 못했다"며 "힘들었지만 코치님이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계속 훈련을 했더니 조금씩 몸이 따라주기 시작했다"고 올 시즌을 앞두고 있었던 스프링캠프를 떠올렸다.
◆NC 불펜의 반전…"노예라는 말이 정말 좋다"
올 시즌 NC의 불펜은 물음표 투성이였다. 지난해 마당쇠 역할을 했던 원종현이 대장암 수술로 전열을 이탈했고, 임창민도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손민한의 선발 전환도 불펜에 부담을 줄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최금강 등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 그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최금강도 시즌 초반에는 흔들리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변치않는 믿음 속에 서서히 안정감을 쌓아나갔다.

최금강은 "시즌 초반 안 좋을 때는 또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투구 비디오를 정말 많이 보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아내려 노력했다"며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이번에도 못하면 그건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기회를 주는데도 못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5일 현재 최금강은 시즌 58경기에 출전, 5승3패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도 2할1푼1리, 이닝당 출루허용률 역시 1.14로 낮은 편. 특히 58경기는 한화 박정진(64경기)에 이은 최다 등판 2위에 해당한다.
최금강은 "노예라는 말이 정말 듣기 좋다. 그만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며 "나는 몸이 안 아픈 것 말고는 타고난 능력이 없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 이기고 있는 상황이든, 지고 있는 상황이든 상관 없다. 많이 던져서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최금강 등 무명 선수들의 활약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김 감독은 "어렵게 들어와도 노력을 하면 높은 순위로 들어온 선수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 야구"라며 "그런 선수들이 잘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올 시즌 최금강의 활약은 수많은 무명 선수들에게 던져진 커다란 메시지이기도 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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